중소기업 연수원 교육
중소기업 연수원 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5.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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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쯤에 불어 닥친 미국 발 금융위기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거센 바람이 올해도 상반기가 거의 지나감에도 쉽게 멈추지 않을 모양이다. 조선소는 외국선주사로부터 몇 개월째 주문이 없는가하면 주문을 받아 이미 만들어 놓은 선박도 이 핑계 저 핑계를 이유로 인도해 가지 않는다. 선주들도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해 선박을 가져가도 물동량이 없으니 그냥 항구에 정박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박에 설치할 엔진의 경우도 심각하다. 설치하기 전에 시운전을 보통 두세 번 정도 하는데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한 후에 분해를 하여 내부 상태를 보자고 한다. 그 결과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흠집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 상태로 인도해 갈 수 없다고 트집을 잡는다고 한다. 꼭 인수해 가는 조건으로 가격을 내려 달라는 조건을 붙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터무니없이 싼 가격인 50% 정도의 할인을 요구한다고 하니 엔진제작업체는 한 숨만 내 쉴 수밖에 없다. 선박을 건조할 때 엔진제작을 하고 있다는 주문서가 없으면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어 주지 않던 시절은 마치 먼 옛날의 얘기처럼 들린다. 조선소나 엔진을 제작하는 모기업들이 이처럼 휘청거리고 있으니 그에 매달린 자회사들의 어려움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거래의 악순환은 계속적으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만 이어져 나간다.

며칠 전, 내가 근무하는 회사도 대기업의 자회사 이다보니 이러한 경제적인 어려움의 사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따라서 자회사 네 곳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정신적으로 새로운 무장을 한다는 차원에서 ‘합동워크숍’이 있었다. 장소는 진해에 있는 중소기업부산경남연수원 이었다. 서로 제작하는 제품의 분야는 다르지만 계속되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생각은 똑 같다. 말이 좋아 연수교육이고 워크숍이지 직원들에게는 고용불안을 안고 있으며, 사장들에게는 자금회전의 어려운 고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날이었다.

대기업이 주최한 교육이 아니고 자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모인 자리는 한편으로는 숙연하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치기는 하지만 자회사들의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사장들은 살아남아야 하고 직원들을 먹여 살려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는 목소리다. 교육을 담당한 강사들도 하나 같이 지금까지 가졌던 사고방식은 모조리 바다에 집어 던져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사고, 새로운 발상, 새로운 환경의 조성만이 이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구태의연한 생각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강조하는 자리였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허리역할을 한다. 일본의 경우를 봐도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끌어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중소기업들이다. 애써 연구하고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 할 때 대기업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중소기업이 힘들이고 공들여 쌓아 놓은 연구실적을 하루아침에 자기들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가 하면 쉽게 말을 듣지 않으면 납품대금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해 도산하게 한 후에 그 기업을 인수해 버리는 경우도 과거에는 있었다. 대기업이 자회사나 협력업체에 요구하는 공통분모는 가격을 낮추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중소기업에도 한계가 있다. 대기업이 명절연휴를 일주일씩이나 할 때 중소기업은 3일 정도의 휴가만 보내고 납기에 쫓기는 제품생산을 위해 작업현장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납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고 대기업의 간부들에게 미운 털이라도 박히는 날에는 그 회사의 장래는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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