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자(座食者)- 앉아서 먹는 사람들에 대해
좌식자(座食者)- 앉아서 먹는 사람들에 대해
  • 김영수 기자
  • 승인 2009.05.1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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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기 후반부터 3세기 전반에 걸친 시기의 고구려의 사회상을 담고 있는 삼국지 위지동이전을 보면 ‘좌식자(座食者)’라는 말이 나온다.

이들은 말 그대로 ‘앉아서 먹는 사람들’로 농사를 짓지 않고 하호(下戶-노비)들이 바치는 곡식과 소금으로 생활했다.

그 당시 고구려의 인구인 3만호 가운데 1만여명이 ‘좌식자’ 였다.

말 그대로 1만여명이 앉아서 먹는 나라. 이들은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기만 하는 존재였을까? 삼국지를 쓴 진수의 눈에는 이들은 앉아서 먹는 존재로 보였지만 사실 이들은 ‘전문적인 전사집단’이었다.

척박한 산지에 자리 잡은 ‘고구려’에서 전쟁과 약탈은 ‘파괴적 생산행위였다. 좌식자들은 이런 파괴적 생산행위를 하는 ‘최고의 생산자’였다.

이들 ‘전사집단’은 고구려의 지배층을 이루고 있으면서 외적의 침략이 있으면 나아가 목숨 바쳐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존재들이었다.

결코 무위도식하며 백성들의 등골을 빼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은 아니었다.

그 후 1천800년 뒤 울산지역에는 지난 3월 현재 동남통계청 기준으로 2만 6천여명의 좌식자들이 존재한다.

경제 불황으로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해고나 실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싶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놀고 있는 사람들. 현대의 좌식자들을 우리는 ‘실업자’라고 부른다.

또 가장 힘차게 일해야 할 15~29세의 실업률은 8.1%로 가장 높다. 쉽게 말하면 가장 생산성이 높은 집단 10명 가운데 1명이 바로 좌식자다.

현대의 좌식자들은 1천800년 전 좌식자들처럼 가족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지만, 이들이 목숨 바쳐 일할 곳은 찾기 어렵다. 이 같은 현대의 좌식자들을 산업전사로 만들 수 있는 ‘박람회’가 열린다.

12일 중구 남외동 동천체육관에서 열리는 ‘1사1인 채용 박람회’는 현대의 좌식자를 산업전사로 만들기 위한 자리. ‘1사 1인 채용박람회’란 ‘지역 기업체 한 곳에서 한 사람 이상을 채용하자’라는 목표로 울산상공회의소가 추진하고 있는 고용창출 프로그램이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구인과 채용의 시기가 아닌 지금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은 기업에게 많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직업을 구하지 못한 우수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업을 구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지와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기업의 의지가 서로 높은 만큼 이번 박람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10일 울산상의에 따르면 현재 80여개 기업에서 420명의 구인신청을 했고, 부스를 열지 않는 간접참여 업체도 130개사에서 200명 정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취업에 성공할 600여명의 전사들. 이들이 전쟁과 같은 현재 경제상황에서 취업한 기업을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 유능한 전사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김영수 기자

편집국 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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