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위한 이별? 우리를 위한 이별
이별을 위한 이별? 우리를 위한 이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2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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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6월은 다양한 의미가 있는 달이다.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 첫 번째이고, 지구환경을 되돌아보는 달이라는 것이 두 번째이다. 6월의 태양은 대지에 생명력을 키운다. 순우리말로 지은 월 이름 중 6월이 ‘누리달’인 것은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환경의 날’이 6월 5일인 것은 1972년 ‘UN 인간환경회의’의 개막일을 기념해 지정한 것이지만, 지구상의 많은 생명들이 가장 왕성하게 생장하고 활동하는 역동성을 가진 시기라는 것이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1991년 말 이범학의 ‘이별 아닌 이별’이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라디오에는 늘 이 노래가 흘러나왔고, 가요프로그램에서 5주 연속 1위를 기록해 ‘골든 컵’을 수상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이 노래가 연상되는 광고 문구가 등장했다. 모 금융사의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경영 캠페인이 그것인데, 중심이 되는 문구는 ‘이별을 위한 이별’이다. 이 광고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이별을 위한 이별을 하자’라며 ‘탄소발자국과의 이별’을 선언하고, ‘플라스틱과의 이별’, ‘탄소 배출과의 이별’, ‘일회용품과의 이별’, ‘화석연료와의 이별’을 실천항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전의 기고문에서 ‘대멸종’을 언급한 바 있다. 지질학 연구에 따르면 지구는 약 45억 년 전에 만들어졌고, 약 5억 년 전 단순한 생명체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지구는 더디긴 해도 생명체의 종류가 늘어갔고 또 절멸해가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지질학적 기록, 즉 화석 기록을 통해 지구상에는 5번의 대멸종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시기를 살펴보면 고생대에 3번의 대멸종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첫 번째는 약 4억 4천500만 년 전(오르도비스기 후반)에 일어났고, 두 번째는 약 3억7천만 년 전(데본기 후기)에 일어났으며, 그로부터 약 1억 2천만 년 뒤인 약 2억5천200만 년 전(페름기 말)에 일어났다. 그 이후 두 번의 대멸종은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중생대에 발생했는데, 약 2억100만 년 전(트라이아스기 말)과 약 6천600만 년 전(백악기 말)에 발생했다.

대멸종이 일어난 이유는 초신성 폭발설, 화산 폭발설, 거대운석 충돌설 등 다양한 가정이 제시되고 있지만, 공통된 주장은 그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기후변화가 일어났고, 그로 인해 대멸종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대멸종이 일어나면 지구상 대부분의 동·식물들이 절멸하고, 일부 생존한 생물종들이 다른 형태로 진화·번성하여 대멸종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동·식물들로 채워진다. 말 그대로 천지가 개벽하는 것이다. 지구는 남아있어도 지구상의 생명체는 모두 바뀌게 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지자 이제는 ‘기후위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기후위기에 지금 당장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않은 엄청난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더 강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는 지속될 것이고, 생존의 모든 부문에서 위기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기온상승을 산업혁명 대비 1.5℃로 제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아무리 늦어도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이행 중이다.

탄소중립 달성은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 모든 곳, 모든 생활공간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별을 위한 이별’, 즉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껏 생활해 온 방식과 이별을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우리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인류세를 통해 6번째 대멸종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멸종에는 항상 기후변화가 있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산업혁명 이후 급속히 늘어난 화석연료의 사용과 그로 인한 온실가스의 대기 중 축적이 그 원인이다. 그리고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는 더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대멸종의 진행속도 역시 더 빨라지고 있다. “이별을 위한 이별”을 하자고 하지만 대멸종을 지나도 지구는 존재한다. 그 모습을 달리할 뿐이다. “이별을 위한 이별”이 아닌 “우리를 위한 이별”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환경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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