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경찰활동의 이해
회복적 경찰활동의 이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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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잡아서 혼내 주세요. 아빠” 어린 딸아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명제는 사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하는 이치이자 우리 형사사법의 근간이 되는 대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벌을 주는 게 다일까?

그동안 우리 사회의 수많은 범죄사건을 돌이켜보면 간과해온 것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피해자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형벌로 그칠 때 나타나는 범죄 예방의 한계다. 이는 그동안 형사사법이 가해자 처벌에 집중하는 응보적 정의에 머물렀던 잘못에 기인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피해자의 회복과 치유를 핵심가치로 삼아 당사자와 공동체의 참여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회복적 사법’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회복적 정의’가 반영된 ‘회복적 경찰활동’이 지난 2년간의 성공적 시범 운영을 거쳐 작년부터 우리 지역사회에 활발히 뿌리내리고 있다. 경찰은 특정 범죄나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대화로 문제가 해결되고 관계가 개선되도록 도와주어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빠른 피해회복과 공동체의 평온 유지에 기여하게 된다. 다만 모든 종류의 범죄와 분쟁이 회복적 경찰활동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안의 성격과 경중에 따라 면밀한 심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심의를 비롯해 대립 관계를 개선하는 일련의 노력에는 전문가의 참여가 절실하다.

울산 경찰은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성인사건과 소년사건을 구분하는 ‘전담기능’을 두고 ‘한국 회복적 정의협회’를 파트너 삼아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우선 피해 회복이나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서로 대화가 필요한 사건이 발굴되면 성인사건은 청문감사실, 소년사건은 여성청소년계에서 대화 전문기관과 함께 회복적 대화모임의 진행 여부를 판단한다. 다음으로 전문기관이 주관하여 이해관계자 간 대화모임을 진행하고 문제해결에 필요한 근원적 협상과 방안을 도출해 낸다. 이후 약속이행과 추가분쟁 여부 등을 살피고 ‘사후 모임’을 진행하는 등 사후 모니터링을 하는 것까지가 그들의 역할이다.

얼마 전 지역 내 이웃 간 소음 분쟁으로 주거진입 사태가 벌어진 사건에서 분쟁 당사자들을 중재한 끝에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회복적 경찰활동의 좋은 본보기이다. 자칫 ‘법정 분쟁’으로 비화한다면 가해자-피해자의 관계는 더욱 대립적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회복적 경찰활동으로 마련된 ‘화해’가 갖는 의미는 실로 클 것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는 사소해 보여도 그대로 두면 큰 화로 이어질 수 있는 분쟁과 충돌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도 이웃에서 발생하는 소음문제나 소액절도, 외상값 시비는 물론 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가해자와의 유대관계를 이유로 처벌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피해가 크지 않고 형사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사건 해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이러한 피해가 쌓이다 보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지고 결국은 지역사회의 안전이 위협받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때 회복적 경찰활동이 피해를 빠르게 억제하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도록 하자.

우리 경찰은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성공 노하우’를 지역민과 지역 경찰에 꾸준히 알리고 교육할 것이다. 이 제도의 시작점인 그들이 제도의 배경과 절차를 제대로 이해할 때 피해자 회복과 범죄 예방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비로소 열매를 맺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으면 한다. 앞으로 우리 경찰이 어떻게 노력하고 변화하는지를….

신희성 울산 북부경찰서 양정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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