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김씨(金氏)
두 김씨(金氏)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5.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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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북구 재선거가 이미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의 승리로 끝났음에도 지역민들이 무소속·민노당 후보였던 김수헌, 김창현씨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 두 사람은 북구 유권자와 지역민들로 하여금 시대의 구조적 모순과 그 어떤 힘에 대한 인간의 불가항력을 확인시켜줬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고배(苦杯)가 어떤 식으로든 다음 지방선거에 연결될 것이란 점이 그들을 눈 여겨 보도록 한다.

김수헌 씨는 본질적으로 현 정권 쪽 인사다. 평당원 시절까지 합치면 20년 이상을 한나라당 쪽 활동을 해 온 사람이다. 그가 여당의 공천탈락에 반발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4,848표를 얻은 것은 이런 지역연고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런 친 여권 정서의 일부가 김수헌씨에게 표로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는 그 만큼 손해를 봤던 것이다. 박 후보가 4,043표 차로 조승수의원에게 패배했으니 득표 숫자로만 따졌을 경우 김수헌씨의 표가 박대동 후보에게 갔다면 한라당이 박빙의 차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일부에선 박 후보 측에서 좀 더 과감한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시도했다면 당선됐을 것이란 가설을 내 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제안이 왔어도 김수헌 후보측의 반응은 냉담하고 단호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대동, 조승수 후보에게 상당히 뒤져 있는 상황에서도 끝내 사퇴를 거부한 것은 김수헌씨 쪽이 ‘미래전략’까지 계산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패배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끝까지 완주를 시도해 여당 후보에게 타격을 주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시키고자 했던 전략이다.

당시 김수헌씨의 포석은 두 가지로 설정 할 수 있다. 하나는 지역출신 후보가 아니면 차기 총선에서도 승산이 없다는 점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날리는 것이다. 즉 차기 총선에서도 지역출신 인사가 출마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미리 인지시켜 북구 한나라당 체제를 무력화 하려는 의도로 풀이 할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이 여권후보로 다시 대두되는 상황을 김수헌씨는 계산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한 가지 가정은 현 지지세를 결집해 내년 지방선거를 노리는 것이다. 처음부터 범여권 후보단일화에 합의하는 것 보다 선거를 완주한 것이 그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 도 이 때문이다.

4.29 북구 재선거에서 김수헌 씨와 비슷한 경우가 민노당 김창현 후보다. 한 사람은 선거에 참여했고 또 한사람은 후보단일화로 도중하차 했지만 두 사람의 입지, 향후 정치 행보가 맞물리는 점이 많다. 물론 이들 두 사람은 다른 점도 있다. 한 사람은 끝까지 상대와 승부수를 겨루어 자신의 입지를 다진 반면에 다른 한 쪽은 과감한 포기로 향후 승부수를 던진 점이다. 그러나 두 후보가 보수, 진보 양 진영의 승패에 결정적 열쇄를 쥐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북구 재선거에서 선거 초반의 진보진영 측 열세를 뒤엎고 조승수 의원을 국회에 등원시킨 1등 공신은 당연히 김창현 민노당 후보였다. 사실 민노당, 진보신당 양 측이 당초 내 놨던 협상안이 통과 됐다면 김창현씨로 단일화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노총에 지지기반을 둔 김창현 민노당 후보와 지역 여론에서 우세했던 조승수 당시 진보신당 후보가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면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 측의 승리는 불가능했다. 결국 김창현씨가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조건을 수용했기 때문에 후보단일화가 성사됐고 진보측의 승리를 일궈 낸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신의 불리조건을 감수하면서 까지 김창현씨가 단일화에 응한 배경은 진보진영의 단결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조-김 양자 간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두고 모종의 암묵적 동의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승수 국회의원-김창현 북구청장 카드로 향후 지방선거에 대비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김 간의 정치적 포석과 상관없이 김창현씨가 북구주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부각된 것은 역시 ‘깨끗이 승복할 줄 아는 자세’ 때문이다.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합의후 김창현씨 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김창현씨는 어쩌면 이런 지역정서를 염두에 두고 진보진영의 합의사항을 준수하겠노라고 공표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한다 해도 금배지를 향한 그의 행보는 끝난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북구 재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째다. 지역 언론, 여론도 조금씩 그 선거를 잊어가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은 울산지역민들이 패배한 집권당 후보나 당선된 진보신당 후보 보다 이 두 김씨의 향후 행보에 더 솔깃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 사람은 선거에서 패배했고 또 한 사람은 중도에서 포기했지만 이들 만큼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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