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투기에 대한 소회
무단투기에 대한 소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0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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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환경미화과에서 구민들께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편익은 무엇보다 거리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과의 정책목표이자 존재이유다. 하지만 매우 간단해 보이는 목표인데도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단투기’ 때문이다.

본래 재활용 분리배출 후 남은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문 앞에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골칫거리 쓰레기들은 아예 분류를 안 해놓거나 배출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엉뚱한 곳에다 버려놓기 일쑤다. 이러한 무단투기 쓰레기는 그때마다 매번 치워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력과 장비는 부족한데도 무단투기는 끝을 모르고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분리배출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종량제 봉투를 살 돈이 모자라서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쓰레기 문제는 구민의 의식변화가 앞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제지하려면 즉각적인 피드백과 강도 높은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무단투기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는 그런 쓰레기를 무작정 치워주지 않는 것이다. 이는 정상적 분리배출이 아니면 수거를 거부한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인질을 잡은 테러범에게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는 방식과 같다. 단순하고 호쾌해 보일지 몰라도 안 치워주는 동안에는 잔인해 보이고 주민들의 피해도 크다. 또 무단투기가 주로 타인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다 보니 정당하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다만 수거거부 조치는 ‘잘못된 방식은 안 통한다’는 메시지 효과 정도는 있다.

다른 하나는 고전적 처벌 방식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이 있다. 무단투기 증거를 찾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첫째 방법과 달리 인과응보적인 면에서 정의로워 보인다. 그런데도 이 방법이 쉽게 통하지 않은 것은 과태료 부과 대상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곳곳의 무단투기 방지 CCTV를 돌려보고 배출된 쓰레기를 헤쳐보아도 명확한 증거는 잘 나오지 않는다. 무단투기 장소 근처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분리배출을 계도하고는 있으나 뚜렷하게 개선되지는 않는다. 마음 같아선 CCTV에 찍힌 흐릿한 인상착의나마 경고용으로 붙여놓고 싶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 여러 측면의 부작용이 있어서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무단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현장 확인 △플래카드와 CCTV 설치 △분리배출 계도 △구민과 함께하는 무단투기 특별단속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는 있으나 구민들의 욕구와 환경미화과 공무원으로서의 포부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름답고 깨끗한 중구를 만들기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 먼저 구민들이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사적 자치는 개인의 자유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관리구역의 책임은 일정 부분 본인도 져야 한다. 사유지의 쓰레기는 해당 관리자가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고, 생활구역 근처의 문제는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건 개요를 어느 정도 파악하지도 않으면서 무작정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 또 구청의 업무방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위의 무단투기 해결방법 두 가지는 처벌에 해당한다. 쓰레기를 치워주지 않는 것은 자극을 제거하지 않는 ‘부적 처벌’에 해당하고, 과태료를 부과하 것은 불쾌한 자극을 주는 ‘정적 처벌’에 해당한다. 두 방법 모두 잘못된 행동을 없애는 데 도움은 되지만 구민들의 감정과 변화의 지속성을 고려한다면 좋은 것은 보상해주고 나쁜 것을 없애주는 긍정적인 강화가 더 바람직하다.

사실 우리 중구청은 폐기물 관리 조례를 개정하면서 무단투기 신고 포상금을 늘렸다. 이왕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동네를 청소하는 일 역시 보상받는 것이 마땅하다. 환경미화과 공무원으로서 청소행정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보답하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이러한 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포상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구민들을 사랑하고 구민들에게 사랑받는’ 중구청이 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백기렬 울산 중구 환경미화과 지방행정서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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