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며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0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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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비슷하겠지만 지역 최대 관심사는 언제나 거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들이 보여 준다. 매년 이맘때면 울산시청 앞 동서남북을 십자로 연결하는 돋질로와 중앙로 양측에는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를 알리는 배너(가로 현수막)가 시민들에게 만발한 장미를 보러오라고 손짓을 했다.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그 손짓이 2년째 멈춰버렸다. 코로나19가 보여 주는 지역의 단면 중 하나다.

하지만 코로나와 상관없이 현안에 대한 문제로 현수막이 내걸리는 경우가 대다수를 이룬다. 최근에는 옥동 군부대 청량 이전과 선바위공공택지지구 지정에 따른 이해 관계자인 주민들이 현수막을 통해 불만을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구지역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슬도 근처 한 카페 조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간의 논쟁으로 서로의 주장을 펼치는 현수막이 도배된 적이 있다. 요즘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연장’ 지정되면서 각계 각층에서 내건 ‘환영(?)’ 현수막들로 가득하다.

울산시는 지난 4월 23일 정부에 산업위기특별지역 연장 신청 및 14개 사업 884억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건의해 연장 지정됐다. 지정 기한은 2021년 5월 29일부터 2023년 5월 28일까지 2년이다.

동구의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연장 지정은 시와 지역 정치권이 협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그동안 시와 지역 정치권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를 방문해 특별지역 연장 지정을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하는 등 다각도의 신속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행법에서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지역 주력산업이 위기에 놓이면 지역경제 여건이 크게 나빠지는 만큼 일정 기간 정부 지원이 필요한 도시를 위기 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에서는 지정 기간을 최대 2년 범위 안에서 정하도록 하고, 연장은 한 번만 하도록 명시돼 있다.

동구의 경우 지난해 한 차례 1년 연장이 이뤄졌기 때문에 지난달 말 일괄 해제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시와 정치권의 협력을 통해 시행령 개정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지정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났다. 조선업 밀집으로 지역산업이 겪는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조선기자재 업체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특별보증도 계속 지원된다. 아울러 지역 내 기업 유치를 위해 창업기업에는 5년 동안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대체·보완산업도 육성하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실직자를 위한 희망근로사업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동구 경제의 핵심 동력인 현대중공업까지 수주가 살아나면서 경기 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이틀 동안 총 1조3천600억원 규모의 선박 12척을 수주하며 '잭팟'을 터트렸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바로 현대중공업 노사 관계다. 2019년 임금협상이 아직도 타결되지 않아 현재 2019년과 2020년 협상을 통합해 진행 중이다. 또 올해 들어 2월과 4월, 두 차례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조합원 찬반투표에 붙였으나 두 번 다 부결되면서 자칫 올해 협상까지 합쳐 무려 3년 치 협상을 통합해 진행해야 할 웃지 못할 상황이다. 자고로 일이 잘되려면 손발이 맞아야 한다. 부디 현대중공업 노사는 회사 밖의 분위기 파악도 좀 해서 조속히 타결에 나서주길 바란다. 시민들은 ‘현대중공업 3년치 임·단협상 타결’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걸 보고 싶어 한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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