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 - 요즘은 ‘합리적 효(孝)’의 시대
- 166 - 요즘은 ‘합리적 효(孝)’의 시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02 2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직 코로나로 많은 분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어르신은 더욱 그렇다. ‘비대면’이라는 의미의 단어를 우리는 흔히 ‘언택트(Untact)’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 단어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펴낸 ‘트랜드코리아 2018’에서 처음 소개됐다. ‘가심비’, ‘뉴트로’와 같은 국내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로 ‘접촉하다’를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과 반대를 뜻하는 접두사 ‘언(Un)’을 붙여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이제는 언택트 생활양식이 오히려 익숙하고 편안해져 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치매는 뇌 질환이다. 치매(인지기능 장애)를 겪고 있는 어르신과의 대화는 언어적 표현보다는 비언어적 표현, 즉 행동과 표정이 더욱 중요하다. 치매라는 질환에 대한 이해 없이, 그 순간의 말이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어르신의 기분 변화에 따른 행동이라 생각하게 되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간호하는 보호자 가족의 상처 또한 깊어진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존중하고, 병적 증세임을 인정해 드리자. 하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오랜 시간을 좁은 공간에서 종일 부딪히다 보면 아무리 효자라도 지칠 수밖에 없다. 지독한 인내가 필요한 이유다.

보호자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해드리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 잘하고 계시네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시고, 운동도 하세요.” 진심으로 하는 위로이며 인정이다. 사실 내 가족이 되었을 때 감정을 빼고 잘하기란 정말로 쉽지 않다. 이제는 ‘효’도 합리적으로 실천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보호자가 가진 정보력에 따라 어르신들이 받게 되는 서비스의 질은 달라진다. 급속한 고령화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급증했으나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등으로 가정에 의한 돌봄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 사회가 ‘합리적 효(孝)’의 시대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중 대표적인 정책이 장기요양서비스이다. 장기요양등급 신청자격은 65세 이상의 노인 및 65세 미만이지만 노인성 질병(=치매, 뇌혈관성질환, 파킨슨 병 등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질병)을 가진 사람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 공단지사(노인장기요양보험 지원센터)로 접수하면 된다. 급여 종류는 시설급여와 재가급여로 구분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노인복지가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서비스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낯선 환경에 불안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좀 더 익숙한 가정으로 찾아가 돌보는 방문요양이나 가족이 사회활동을 하는 낮시간 동안 어르신을 모시고 와서 돌봐 드리는 주간보호센터 등 돌봄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된다. 이런 돌봄 서비스도 모든 것을 대신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남아있는 잔존 기능을 최대한 유지시켜 드린다. 즉 스스로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하도록 도와 어르신의 삶의 질을 유지 또는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감을 추구한다.

그러려면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치매 어르신에 대한 이해와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이해다. 치매는 퇴행성 질환으로 시간과 더불어 진행되는 장기전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이들의 모습이 곧 나의 미래이자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존엄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존중과 배려는 당연한 권리다. 내가 머무름에 있어 망설임이 없는 공간이라야 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했을 때 내 감정이 당당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서비스이고 복지이며, 효라고 확신한다.

이경아 대현정주간보호센터 센터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