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 없다는데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 없다는데
  • 김규신 기자
  • 승인 2009.05.0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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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심리동향에 의하면 지역 경기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불황의 충격에서 점차 회복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앞으로 6개월 후의 소비지출전망CSI 가운데 외식비 항목의 경우 74를 기록해 전월에 비해 10p 상승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역 유통·음식업계는 지난달 발생한 ‘인플루엔자A(H1N1)’사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인플루엔자A는 초기에 돼지독감으로 불리면서 돼지에 대한 불안감을 급속히 고조시켜 업계의 매출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각종 홍보를 통해 섭씨 71도 이상에서 익혀먹으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인플루엔자A가 한창 언론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달 말 지역 한 돼지고기 전문점에는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당초 이곳은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면서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이곳 음식점 사장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지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 사태 때문에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며 “간간히 찾는 손님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문을 열기는 하지만 매일 적자를 면키 힘든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렇듯 수요가 없다보니 100g당 2천원을 훌쩍 넘던 삼겹살 가격도 1천원대 중반으로 급락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가격 상황이지만 달리 봤을 때 비싼 사료를 먹여 가며 생계를 걸고 있는 돼지 사육 농가들의 타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돼지고기를 재료로 사용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수요 감소로 인한 이들 식당들의 연쇄 몰락도 간과할 수 없다.

다행히 명칭 변경과 함께 돼지고기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없다는 점 등이 발표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돼 돼지고기 매출이 회복세에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삼겹살을 즐겨 먹는 소비자의 일원으로서 가격이 다시 오른다는 점은 못내 아쉽지만 비정상적인 수요, 공급으로 인한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미소를 지어본다.

/ 김규신 기자 편집국 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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