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 ‘맹모삼천지교’도 모르나
주공 ‘맹모삼천지교’도 모르나
  • 권승혁 기자
  • 승인 2009.05.0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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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의 주거난’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무감각하면서도, 동시에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울산의 경우 저소득층에게 임대하는 주공아파트마다 몇 년째 포화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400여세대가 모여있는 동구 화정주공 아파트만 보더라도, 입주대기자가 112명에 이르고 있다. 남구 달동주공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며, 해당 지자체는 2~3년전부터 입주 신청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예산 부족 혹은 사업의 기대효과가 생각보다 미흡하기 때문인지 임대아파트를 확충하다는 정부 발표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임대아파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주택공사가 매입임대 및 전세임대주택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모순된건 매입임대주택을 지원받는 주민들이 오히려 이 제도로 인해 ‘집없는 설움’을 호소하면서 주위로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같은 울산내에서조차 타 구로 이사를 가면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탓에 빚어지고 있는 일이다. 인권존중을 요구하는 요즘 세상에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난하면 한 곳에서만 살아라’는 얘기같아 더욱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대한주택공사의 답변은, 곱씹을수록 실망감을 더하고 있다.

주공 사업담당은 “제도 보완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지만 뚜렷한 답변이 없는데다, 울산시를 비롯한 자치구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하다”고 변명하고 있다.

행정편의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민을 도외시한 제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매입임대주택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주택공사의 무감각도 이 때부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관련 행정기관의 ‘수동적 행정’이 이미 주민에겐 무감각해져버린 일이듯 말이다.

3일 초등생 자녀를 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한 어머니는 “아이 공부때문에 타 구로 이사를 가려 했지만 매입임대를 지원받지 못한다는 소리에 지원을 포기할지, 이사를 포기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울산처럼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전세금이 오를대로 오른 시기에 매입임대주택에 사는 이 어머니가 어디가서 집을 구할 수 있을지….

경기침체 속 정부는 민생안정을 줄기차게 외치며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최소한 ‘주공 매입임대’때문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交)가 불가능했다는 비웃음은 사지 않길 바란다.

/ 권승혁 기자 편집국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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