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만명게놈프로젝트’를 완수하고 (中) 울산만명게놈사업과 게놈2.0시대의 도래
‘울산만명게놈프로젝트’를 완수하고 (中) 울산만명게놈사업과 게놈2.0시대의 도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5.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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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만명게놈프로젝트’의 대표적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한국인 1만명의 게놈 데이터 해독과 임상 정보 수집이고, 둘째는 국내 최고 수준의 게놈 바이오 컴퓨팅 인프라 구축이다.

한국인 1만명 게놈 데이터(Korea10K)는 한국인의 표준 유전자 변이정보 데이터베이스로서 활용가치가 매우 크다. 한국인의 암·심장질환과 같은 질병 분석에 한국인의 대형 유전자 변이정보를 활용하면 그 정확성과 분석력이 몇 배나 높아진다.

지난 20년간 DNA로 구성된 게놈만 해독하는 것이 ‘게놈 1.0’이라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혈액·타액 등을 통해 수집된 게놈·전사체·외유전체(epigenome) 등 다중오믹스(multi-omics) 정보와 건강검진 정보, 의료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구축했다. 이건 곧 ‘게놈 2.0’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이 게놈 빅데이터들은 통합적 분석을 통해 특정 질병 원인의 변화를 더 정밀히 찾는 ‘다중오믹스 분석’에 활용될 수 있다. 게놈 2.0의 또 다른 큰 특징은 기존의 1만 단위 게놈표준을 이용해 오늘의 개인 게놈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게놈은 여러 층의 오믹스로 이뤄진 복합개념이다. 가장 핵심이 DNA이고, 그 위에 다중오믹스 층을 분석하면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을 넘어 지금 내가 얼마나 건강한지까지 알 수 있다.

게놈 2.0을 잘 분석하려면 초고성능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는 울산시와 과기부의 도움으로 수년간 다량의 게놈정보 분석을 위해 초고성능·고집적 연산 전산장비와 대용량 저장 공간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단순 용량을 떠나 이런 시스템을 운영·활용하는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게놈 빅데이터의 효율적 분석을 위한 자체 분석 파이프라인 구축과 같은 기술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는 탓이다. 관련해 고급 정밀생명학(Pre cision Biology) 기술을 확보하고 자동화된 분석 프로세스를 구축해 수천 명 전장 게놈의 기초 분석이 현재 진행 중이다.

2020년 5월에는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한국인 1천명(Korea1K)의 게놈 데이터를 분석해 다량의 한국인 게놈 데이터가 한국인의 암과 각종 질병 분석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분석 결과는 영국 MRC센터, Cambridge, UC Berkeley, UCLA, 서울대, 연세대 의대, KAIST 등 국내외 23개 연구기관에서 분양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명게놈사업의 결과물 데이터인 ‘Korea10K’도 연구에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정제돼 울산 게놈 서비스 산업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상용화 연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울산만명게놈프로젝트는 게놈정보의 민주화·대중화·상용화를 위해 추진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해외 대형 프로젝트와 차별점을 갖는다. 그래서 이 사업을 ‘복지게놈사업’이라고도 한다. 질환자의 게놈정보를 수집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해외 사례와 달리 자발적 참여를 원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행됐고, 참여자들에게 무료 종합검진과 게놈분석 연구 리포트가 제공됐기 때문이다. 또 게놈 엑스포 개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참여와 질문의 기회도 제공해 게놈 기술 및 관련 산업 소개, 게놈 리포트를 통한 게놈 이해 기회는 게놈에 대한 일반인의 의식 제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울산만명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한 1천명에게 질문한 결과 참가자의 약 95%가 게놈분석이 인류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답했다.

그 중심에 있는 울산은 국내 게놈 연구의 필요성을 가장 강하게 인지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 관련 연구를 지금까지 선도해왔다. 그리고 2021년 현재 게놈 관련 연구 및 산업은 울산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구축되거나 구축될 예정인 최첨단 분석 전산 인프라에 잘 갖춰진 산·학·연·관 협력 연구체계 등이 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 한국도 만명 단위의 대규모 게놈 빅데이터 보유국가가 됐고, 정밀의료 연구의 초석을 세웠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 등의 대규모 게놈 사업 또한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관련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게놈산업기술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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