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저지인
연저지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4.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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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가 터져 나오는 고름을 빨아주는 은혜”
‘종기가 터져 나오는 고름을 빨아주는 은혜’라는 말로 사기의 손자 오자열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오기는 위나라 출신으로 일찍이 증자에게 글을 배웠으며 중국 최고의 병법서인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오기병법의 창시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적으로 볼 땐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었지만 목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그는 학업을 위해 모친의 부음을 듣고도 가지 않아 스승인 증자로부터 내침을 당했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인을 죽이기까지 했다.

그러던 그가 위나라문후 밑에 장군으로 있을 때 일이다.

말단 병사가 숙식을 같이하며 온갖 굿은 일을 솔선하여 병사들의 신임을 얻었고 병사들 중 다리에 종기가 나서 고생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는 입으로 고름을 빨아낸 뒤 약을 발라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했다. 이웃사람들이 의아해소 “당신의 아들은 고작 병사인데도 장군이 직접 종기를 빨아 주었다면 영광스런 일인데 왜 통곡을 하십니까”라고 물으니 그 어머니가 대답하기를 “그런 것이 아니라 작년에도 오기 장군께서 그 애 아비의 종기를 빨아 주었는데 그 뒤 전쟁에 나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우다 죽음을 당했습니다.

이제 그 자식의 종기를 빨아 주었으니 그놈 또한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대화에서 오기의 행동이 장수로서 병사를 아끼는 것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같이 순수한 의도에서 우러나온 선행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일을 두고 연저지인이라 고사가 유래하게 되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재·보궐선거가 시작돼 많은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평소에는 서민들의 생활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선거철이 되면 그들 곁에 다가와 마치 가까운 이웃이라도 된 것처럼 그들의 투박한 손을 보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연저지인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진실의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목적을 앞세우기보다 서로의 신뢰를 쌓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진정한 선행이란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하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구야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며 그 대가는 반드시 하늘이 내리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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