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비대면 시대의 노인 문제
-157- 비대면 시대의 노인 문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3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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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비대면? 나 그런 거 몰러!” 이른바 언택트 시대를 맞이한 치매 어르신. “자식이 부모를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가족 간에도 자꾸 봐야 정이 쌓이제. 참으로 드러븐 병이구먼!” 현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하소연이다. 나조차 생소한 이 변화를 평균나이 80인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 드려야 할까.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여 비대면이 화두로 떠올랐다.

언택트(Untact). 이 낯선 단어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그렇지 않아도 적응이 힘들고 도태되어 삶이 외롭기만 한 이들이 있다. 급변하는 사회변화 속도만큼 빠른 변화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다. 전체인구 5천260만명 중 약 76만명이 65세 이상의 노령인구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14%에 달한다. 이중 약 67만명이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다. 65세 이상 또는 65세 미만이라도 치매나 뇌혈관성 질환자와 같은 노인성 질병을 가진 분들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분들이다.

코로나 창궐로 어쩔 수 없이 가정 안에서 서로 부딪히다 보니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외로움과 우울감에 원망이 쌓이면서 마음의 병이 깊어간다. 홀로 계신 시간이 많은 어르신은 자녀들의 소식과 방문이 유일한 낙인 셈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야말로 고문이 아닐 수 없다. 사회와 고립돼 홀로 외로움과 싸우다 보니 치매도 급속도로 진행되어 오랜만에 찾아뵌 부모님의 모습이 당황스럽고 낯설기만 하다.

“너무 깔끔하고 인자하던 우리 어머니가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일부러 골탕 먹이려 감정적으로 저러시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나요.”, “통장이며 패물이며 다 훔쳐갔다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는 통에 부모 자식 간에 등을 돌리고 보지 않아요.” 보호자 상담을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던가. 우리네 조상들은 어찌 그런 걸 다 아셨나 싶다.

치매는 뇌 질환이다. 치매에 걸리면 정상적인 사고와 감정 조절이 어렵다. 사실 치매 어르신과의 소통은 의사소통의 기본원칙만 지키면 어렵지 않다. 인간관계의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순수했던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이면 족하다. 첫째, 말보다는 감정에 충실하라. 진실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통장을 도둑맞았다면 그 순간 도둑맞은 통장을 잃어버린 탓에 당황스럽고 분통이 터진다. 그 감정에 집중해드리고 함께 찾는 시늉이면 충분하다. 둘째, 언어표현보다는 행동표현이 중요하다. 사실을 설명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언어표현보다는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면서 체온을 전달하고 마음을 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치매 어르신은 기억력에 문제를 겪고 있다. 대화할 때 기억력 감퇴에 대해 당황스럽고 속상한 감정을 느끼며 부담감을 가진다. “오늘 병원 가서 주사 맞기로 한 날이잖아?”라며 기억을 상기시키는 대화법보다는 “오늘 병원 가는 날이네. 3시까지 모시러 갈게요.”라며 처음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보를 주는 대화법이 좋다. 질문할 때도 선택권을 주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좋다. “오늘 아침은 밥을 드실래요? 죽을 드실래요?”처럼 기억을 상기시키는 질문보다는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이 좋다.

치매 어르신과의 대화법은 특별해야 한다. 치매 어르신의 감정은 예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긍정적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와 단어를 선택해 사용하고, 행여라도 어르신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말은 삼가야 한다. 우리 모두 어르신에게 조금 더 잘해 드리자.

이경아대현정주간보호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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