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와 ‘프로 유권자’의 자세
LH 사태와 ‘프로 유권자’의 자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1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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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4·7 재·보궐선거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집단 땅투기 사건’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LH 땅투기 사건은 부동산과 공정의 문제, 공직 부패 문제 등이 뒤얽힌 이슈인데다 갈수록 불길이 번져 현재 흐름을 보면 이 재·보선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사태 수습에 안간힘이나 분노한 민심을 달랠 뾰족수는 없어 보인다. 야권은 투기 정권의 심판을 내세우나, 야당 역시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 역부족이다.

남구청장 재선거와 울주군의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울산도 예외없이 시끄럽다.

전직 국회의원의 부동산 임대계약과 동구의원의 셀프심사 보상 등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간 폭로전을 벌이고 있는데다, 전날에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8년 아내가 경기도 용인시의 임야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보궐선거 기간 내내 부동산 투기 의혹이 태풍급 이슈로 돌출돼 선거 판세를 크게 흔들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여당은 LH 사건을 부동산 적폐청산의 계기로 삼겠다고 나섰고 야권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부동산 적폐청산 총공세에 나서는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책임을 떠넘기며 싸우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문제는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탈정치’ 현상으로 가뜩이나 낮은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제 불평등과 이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충돌이 일상화되면 정치 혐오감이 갈 수록 커지고, 투표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혐오에서 무관심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넘어 ‘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투표’라는 회초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주 오래 그래왔던 것처럼, ‘찍을 놈(당)이 없다’는 바로 그 상황이 또 우리가 투표장에 가야 하는 역설적 이유라는 것을 또 확인하게 된다.

그동안 울산에서 치러진 재·보선의 투표율은 30% 안팎에 불과했다.

투표율이 낮으면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 주민이 바라는 후보자가 아니라 조직 동원을 잘 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행정은 서민 삶을 더욱 힘들게 할 공산이 크다. 지방자치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누구를 뽑느냐는 주민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재선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표참여만이 주민 삶을 더욱 튼실하게 할 수 있다. 선거는 어느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의무이자 권리이다.

코로나19 위기도 투표를 잘해야 할 이유다. 닥쳐올 경제위기가 얼마나 깊고 넓게 서민층의 삶을 위협할지, 아직 파악조차 잘 돼있지 않다. 거대한 고용위기와 서민생계의 위협에 대해 과연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는가? 속도·방향·실행 의지가 믿을 만한가? 힘을 싣거나 회초리를 휘두르거나, 한 표가 할 일이 많다.

‘LH 사태’에 대한 유권자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심판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공약 등을 꼼꼼히 살펴 투표장에 직접 나가는 게 ‘프로 유권자’의 자세다.

정재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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