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다문화가족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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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 시내의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 중학생이 또래 여학생 6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사건은 피해자가 다문화가정의 자녀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들이 꾸려가는 다문화가정의 수는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이제는 어디에서든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어있는 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여전히 소외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위의 사건처럼, 자아개념과 정체성이 형성되어있지 않은 다문화 청소년들이 겪는 차별과 피해는 사회 문제로 떠오를 정도로 적지 않고,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취학 전에는 차별의식 경험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시기부터 학업 부진이나 또 다른 이유로 차별을 경험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또래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런 경험을 더 많이 겪기도 한다.

다문화가정 부모들의 고민을 실제로 들어보면 느끼는 바가 많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도 말이 서툴러 학업에 지장이 많은 것’이라고 한다. 또 ‘생계를 위해 이른 시간에 일하러 가야 해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는 것’도 큰 고민이다. 이런 고민은 다문화가정의 부모 대부분이 실제로 안고 있는 것들이다.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이처럼 부모의 교육수준, 사회·경제적 수준, 또래와의 관계 등에서 영향을 받아 도중에 학업을 그만두는 학업중단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들 사이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그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청소년이라고 해서 틀린 말이 아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교육·홍보, 관계기관과의 협업체계 구축 등의 지원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또 범죄피해 사례를 조기에 찾아내서 범죄(피해) 신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그리고 결혼이주여성이 많이 모이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외국인센터 등의 기관을 방문해서 112 긴급신고 요령을 교육하고, 범죄피해 상담 및 고소 절차 지원에 나서는 한편 피해자를 임시숙소로 안내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 활동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의 안전을 보장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우리 스스로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이 아닐까 한다.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차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주변에서 마주치는 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 시작해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그들에게는 어떤 지원사업보다도 더 큰 힘과 용기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하 울산경찰청 1기동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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