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예산 낭비 때문이 아니다. ‘내 차례가 언제 오나?’ 하고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을 다수의 시민을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울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요양병원에서 보관 중이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0회 접종분인 10바이알이 보관온도 범위를 벗어나 회수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AZ 백신은 ‘2∼8도의 냉장’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데도 보관 잘못으로 전량 폐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회수된 백신의 폐기 여부는 이를 넘겨받은 질병관리청에서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원인을 알아보니 속된말로 ‘기도 안 차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냉장고와 연결된 멀티탭의 고장으로 전원이 끊기면서 백신 보관온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는 시의 설명이다. 환자들을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전장의 포병이 관리 잘못으로 화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면 그에게 기다리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시는 이번 사안을 대충 눈감아 주기 식으로 넘겨선 안 될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따끔한 일침을 놓아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포상과 책임추궁은 별개의 잣대로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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