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철의 진료일기]요양병원의 단상
[노민철의 진료일기]요양병원의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2.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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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비뇨기과 전문의다. 그러나 울산에서 병원 문을 열고 환자를 맞은 지 26년 만인 지난해 말 병원 문을 닫고, 올해 초부터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의사로서 밖에서 보던 요양병원과 직접 환자를 보는 요양병원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요양병원 의사로서 환자나 환자 가족을 대하는 필자의 생각을 적어본다.

병원을 접고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마음먹으니 걱정이 한둘이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요양병원 종사자나 환자 중에서 1명이라도 발생하면 코호트 격리(=감염질환 등을 막기 위해 감염자가 생긴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에 들어가게 되는 것부터가 걱정이었다.

의사가 진료를 하다 보면 감염 위험에 상시로 노출되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잖아도 지난해 12월 울산 양지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한 상황이어서 더한층 그랬다. 행여 본인의 실수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일상을 짓누르곤 했다.

그 때문에 병원에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코로나 예방수칙을 지키면서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입사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임을 확인한 후에도 모든 직원이 일주일에 두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고 예상 동선을 점검해서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항상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필자가 개업의였을 때는 한정된 질병의 환자만 보아도 되었다. 그러나 요양병원에서는 과에 상관없이 환자분의 질병에 대한 전체적인 지식이 있어야 해서 ‘나의 짧은 지식이 환자를 보는 데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늘 따라다녔다. 실제로 요양병원에 ‘노인의학’ 전공은 없어도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신경정신과, 일반 외과 등 여러 과에 대한 지식은 언제나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입사 후 여러 환자를 보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각 과의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하고 전공 서적도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진료에 임하고 있다.

입사 후에 느낀 또 다른 스트레스는 간혹 임종 시기의 환자를 접하게 되는 일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라 하더라도 내가 돌보던 환자를 보내야 할 때는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요양병원에는 편안한 임종을 위해 환자를 보호자가 모시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간 입원하다가 생긴 폐렴이나 패혈증 등으로 임종하시는 환자분들이 적지 않다. 그래도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이별은 항상 슬픈 느낌으로 다가온다.

요양병원에는 주로 치매를 앓는 어르신이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라 하더라도 초기나 중기의 환자는 가족이 곁에서 뒷바라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환자를 돌볼 가족이 없거나 집에서 수발하기가 어려운 말기 치매 환자라면 전문적인 의료기관에서 돌보는 것이 어르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직원들도 일상생활에서 극도로 조심을 한다. 환자 보호자의 면회도 일절 안 되다 보니 부모의 상황이 궁금한 자녀들은 전화를 자주 걸어오고, 전화를 할 수 있는 환자는 자제분들과 화상 전화로 통화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모, 자식 간의 생이별은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다. 우울해하는 어르신들을 내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안부를 물으며 자주 대화를 하다 보면 처음에 마음을 닫았던 분들도 미소를 보이며 좋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자녀를 보고 싶은 어르신과 부모님을 뵙고 싶은 자녀들이 서로 마음껏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민철 씨엘요양병원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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