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업체와 자치경찰의 아름다운 협업
지역산업체와 자치경찰의 아름다운 협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2.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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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찰이 산업현장에 출동한 때는 산업재해로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생기는 등 이미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경찰은 산업재해의 ‘사후대처’를 위해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점차 높아만 가는 국민의 기대와 선제적 예방에 초점을 맞춘 자치경찰의 역할을 생각하면, 이제는 산업재해에 선제대응하는 일에 경찰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또 이러한 예방 활동은 반드시 산업체와의 ‘협업’을 전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고 은폐나 업무 증가를 핑계로 생긴 서로의 불신과 기피는 뒤로하고 재해 예방의 시너지를 위해서라도 머리를 맞대는 것이 옳다. 몇 가지 가능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산업체의 재해방지와 위기관리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지역 경찰상이다. 지역 경찰은 산업체가 보유한 각종 위기관리 자원과 기능을 확인하고 도움을 주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특히 유독가스나 폐수 유출, 산업시설 붕괴와 같은 재난형 재해로부터 지역민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관리계획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 근로자에게 긴급피난, 정당행위, 교통안전, 생활민원상담과 같이 실용적이면서 안전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해 안전의식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지자체 등 외부기관이 주도하는 안전점검에 참여하는 지역 경찰상이다. 산업체의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외부점검에 참여해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 지역주민에게 위해성은 없는지, 있다면 관리방안은 타당한지, 재해관리에 지역 경찰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협업의 ‘틈’을 찾아봐야 한다. 이때, 경찰은 ‘점검자’가 아닌 산업체의 동반자·조언자로서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점검과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공유함으로써 대응에 필요한 소스와 노하우를 찾을 수 있다.

셋째, 산업체의 중대재해(긴급피난) 모의훈련을 함께 기획하고 참여하는 지역 경찰상이다. 온산공단과 같은 정유 플랜트 산업은 언제나 화재·폭발과 같은 대형재해에 취약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재해를 가정한 모의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이때, 경찰과 소방이 기획과정부터 재난대응(구조·피난)훈련까지 함께한다면 그 실효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2019년 염포부두에서 화학물질 선박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초기대응이 좋은 본보기다. 위험발견 및 조속한 상황전파와 같은 위기관리시스템은 기업체가, 긴급피난과 주위통제는 경찰이,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은 소방이 함께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러한 적재적소의 기능배치와 업무분장은 분초를 다투는 재난현장에서 인명피해 줄이는 지름길이다. 만약 재난 초기부터 서로 책임을 미루고 동선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러한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은 무조건 함께할수록 좋다.

위의 몇 가지 대안들은 일전에 산업 안전관리를 경험하고 현재 일선 지역 경찰로 재직 중인 나의 사소한 아이디어일 뿐이지만 더 큰 그림을 위한 제언이기도 하다. 재난대응 관계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다면 더 훌륭하고 실효성 높은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온산공단의 여러 업체는 이미 선진화된 안전관리(위기대응)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어찌 보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나가는 지역 경찰이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준엄한 법 집행자의 모습은 잠시 내려놓고 재난관리의 동반자로 지역산업체와 함께 손을 맞잡는다면 중대재해로 인한 지역민의 아픔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고민도 실천도 함께하도록 하자! 안전관리는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니까.

신희성 울산북부경찰서 양정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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