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는 돈이 들지 않아요
‘미소’는 돈이 들지 않아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2.0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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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용산에 있는 전자상가에 들렀다. 2년 전에 처음 가고 이번이 두 번째다. 앞으로는 절대 가지 않으려 한다. 이유는 상인들의 무뚝뚝하고 무례한 대응이 실망스러웠고 ‘미소’조차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번은 강의용 레이저포인터를 사러 또 한 번은 녹음용 마이크를 구입하러 갔다.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방법도 좋지만 세상구경 삼아 겸사겸사 내가 사려는 전자기기를 현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촉감을 느껴보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곳 대단위 상가 가까이에 들어서니 어디가 어딘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넓었다. 허름한 공장식 전자상가가 있는가 하면 금방 신축한 깨끗한 상가도 군데군데 위치하고 있었다. 한쪽은 핸드폰, 컴퓨터류, 또 한쪽은 음향도구류 등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를 취하고 있어 효율적이었다. 코로나 시대라 그런지 구매자는 2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쇼핑을 하다 궁금하여 상인들에게 질문을 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퉁명스러운 말씨뿐 아니라 아예 미소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 이럴 수가! 좀 성의 있게 대답해주면 안 될까?

물론 처음으로 경험하는 코로나 시대, 장사가 안 되어 불만스러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런 코로나 시국에 당신은 뭘 그렇게 질문이 많은가? 어서 물건을 사서 들고 가면 될 것이지 귀찮아!’ 같은 느낌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현명한 사람들이 많았다. 속담에 ‘웃는 얼굴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상점을 열어선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미소와 웃음은 소중히 여겼다.

세일즈맨처럼, 다양한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졌던 데일 카네기는 ‘미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 없이 참으로 부자가 된 사람도 없고, 이것을 가지고서 정말 가난한 사람도 없다. 이것은 가정에 행복을 더하고 친구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하며, 피곤한 자에게 휴식이 되고 우는 자에게는 위로가 된다. 인간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다.’〔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지금은 계시지 않지만 왕년의 웃음박사는 자주 웃음을 던져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단어는 뭔 줄 아세요?”“그건요, ‘SMILES’이죠. 웃는 것 말이에요!”라고 칠판에 영문자 스펠을 크게 쓰신다. 맞다! S와 S 사이에 1마일 즉 1천609미터나 되는 긴 단어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만큼 미소와 웃음은 중요하다는 뜻이다.

압축의 대가이기도 하던 프랭크 플레처(F. I. Fletcher)는 어느 유명 여성복 회사를 위한 광고문에 이렇게 썼다. ‘미소는 돈이 한 푼도 들지 않아요. 하지만 많은 결과를 만들어 내죠. 미소는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 기억은 평생 지속되기도 하지요!’라고 말이다.

며칠 전 TV 시사프로에서 감동의 명장면이 비치고 있는 것을 봤다. 주인을 기다리는 하얀 털의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면서 반가워하는 광경이다. 일주일 동안 병원 문 입구에서 주인을 학수고대 기다린 것이다. 자기 주인인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순간을 보고 반가워한 것이다. 비록 웃지 못하는 동물인 ‘개’라 할지라도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미소 띤’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하루였다는 것을…. 동물에게서도 배울 게 많은 것 같다.

‘미소’는 돈으로 사거나 구걸하거나 훔칠 수도 없는 마음의 상이다. 더 이상 미소 짓지 못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절대 미소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겠나? 미소 짓고 사는 우리 사회에서 그것은 삶의 비타민이요 활력소인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명예교수, 에세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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