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석유를 산업에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5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타이타스빌에서 에드원 L. 드레이크가 최초로 원유 채취에 성공한 때였고, 그 뒤 중앙아시아와 중동지역으로 확대되었다. 1980년대 말에 이르러 내연기관, 유정시추·정유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석유 사용이 현대산업사회에서 급증했다. 석유는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며, 다양한 용도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핵심적 기초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의식주와 관련된 각종 생활용품을 비롯해 일상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제품은 전기·전자, 컴퓨터,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산업의 원재료를 공급하면서 석유가 없으면 현대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1960년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포항제철 건설과 함께 석유화학산업을 핵심사업으로 선정해 육성,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엔 3대 석유화학단지가 있다. 1972년 10월 31일에 준공된 울산 미포석유화학단지와 전남 여수(1979년 준공),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1991년 준공)가 그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6.1%(5위), 수출 8.3%(4위)를 차지하는 주력산업이며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926만톤으로 세계 4위의 위상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9대 주력산업은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있어도 석유화학산업은 관련 교육기관이 없었다. 이는 공정이 복잡한 데다 숙련도가 높은 작업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관련 교육기관을 대신해 자체 교육으로, 기타 중소기업은 전문적 교육 없이 신규인력을 산업현장에 투입해 중대재해 발생률을 증가시키고 최종제품의 생산성 및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석유화학산업계의 기술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미숙련 인력 공급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광역경제권거점기관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 5월부터 남구 두왕동 테크노산단 내에 석유화학공정기술육원(이하 교육원)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10월 ‘울산 화학의 날’에 맞춰 강의동, 화학공정운전설비를 갖춘 Pilot Plant동, 관리동 등 3개 건물과 48종의 장비를 구축하고 개원했다.
교육원은 석유화학산업 현장과 똑같은 시설에서 증류공정 운전 및 제품 분석 그리고 설비 유지·보수를 위한 현장성 있는 교육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신규인력을 양성하는 데 최적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수진을 갖추고 있고, 2021년 3월 2일부터 본격적인 교육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현재 △석유화학공정운전 △석유화학스마트공정제어 △석유화학설비유지·보수 △석유화학공정안전 등 4개 직종의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필자는 염·안료 중간체를 제조하는 정밀화학회사에서 13년, 대학 공학연구원에서 6년 등 약 20년 동안 정밀화학소재 관련 연구에 매진해 왔다. 그리고 2019년 8월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에 전임교수로 임용되어 현재의 교육원에 부임했다. 이때는 교육원 기반 구축사업이 거의 막바지였고, 사업 완료를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무책임자 변경 등으로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장비사양서를 조율하고 과기정통부 장비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일이나 심의통과 후 조달청 입찰과정의 의견 대립도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장비 인도 기간 연기 등의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한 김병준 교수와 고광춘 교수에게 특별히 감사드린다.
갖은 어려움을 헤치고 주위 분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국내 유일의 석유화학산업 전문인력 양성과 재직자 직무향상 교육에 특화된 교육원이 탄생했다. 교육원은 현장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갖추고 석유화학, 정밀화학 산업체 취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교육기관이 될 것이다. 필자는 산업현장과 학교를 오가며 공부하고 터득한 모든 노하우를 같은 길을 가려는 교육생들에게 쏟으려 한다. 우리 교육원 교수진의 열정을 결집하여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 향상까지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성원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구수진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에너지화학공정과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