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紅緣)/ 최재우
홍연(紅緣)/ 최재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1.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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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紅緣)/ 최재우

희한하지 나이를 먹게 되면

괜스레 눈물이 나는 거야

섣달에는 엄마 품이 더 그립지

춥다

<감상> 구도와 색감, 대비와 여백이 잘 조화되어 편안함을 주는 사진에 먼저 압도되는 작품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작은 감이 홍시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위쪽으로 보니 산수유가 붉게 익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가지 잘린 나무는 수령이 제법 많을 것 같은데 창백한 하늘에 아직은 살아있다고 처연하게 붉은 눈물 흘리며 배고픈 겨울 새들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 붉은 열매가 되기 위해 봄에는 노랗게 꽃을 피우고 거친 비바람을 견뎌내며 먼 길 돌아 어김없이 찬 바람 불어오는 겨울에 꽃보다 곱게 달린 열매를 봅니다.

괜스레 고향 생각도 나고 구부정한 몸으로 애써 키운 콩, 몇 천 원이면 살 콩을 자식 오면 주려고 어두운 눈으로 좋은 것만 한 알 한 알 골라 담던 어머니 모습도 떠오릅니다.

“인연은/우연히 찾아오는 것이/아니랍니다.//인연은/긴 기다림의 끝에/꼭 필요한 사람이/꼭 필요한 사람에게/꼭 필요로 할 때/꼭 필요한 것으로/찾아오는 것입니다.//그래서/그대와 나는/필연이 되는 것입니다.” (이시향 시인의 ‘인연’ 전문)

저의 네 번째 시집 마주보기에 첫 번째 시인데 최재우 시인의 ‘홍연(紅緣)’이 저 위의 시에서 필연(必然)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겨울 하늘 화선지에 그윽한 먹물 향으로 붉은 인연을 점점 수놓고 싶은 좋은 디카시를 만나 행복합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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