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 최일형
달팽이 / 최일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1.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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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 최일형

서두르자

해 지기 전에

우주를 건너려면

식당 탁자 한 귀퉁이 위에 해거름에 그림자 길게 늘어진 달팽이가 우주를 건너려고 분주합니다. 민달팽이는 아닌 것 같고 뚜껑을 열어보면 깨소금이 가득할 것 같은 집을 등에 지고 거북이 같기도 한 달팽이의 하트모양 머리가 한들거립니다.

살고 있던 집 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어놔서 이사 갈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작가의 눈에는 저 달팽이는 집이 있어 부럽고 여유롭게 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올해처럼 집 구하기 힘들고 전세 대란이 심한 적이 있었는지, 집 없는 사람은 너무 오른 집값 때문에 상실감에 빠진 분도 주위에 많고 직장 후배는 서울에 있는 대학 동기가 허름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가 2년 만에 몇억이 올랐다고 자기는 직장 다닐 맛이 안 난다며 한탄도 합니다.

겨울 해가 짧아 더 서두르는 우주의 한 귀퉁이에 달이 뜨는 밤을 좋아하는 달팽이는 느릿느릿 우주를 건너고 있습니다. 누구나 집 한 채 정도는 가질 수 있는 세상 그러한 나라를 꿈꾸는 달팽이의 모습을 잡아내는 시인의 눈이 경이롭고 좋은 사색을 할 수 있는 디카시를 만나 행복합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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