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가 ‘탈탄소사회의 원년’이 되기를
신축년 새해가 ‘탈탄소사회의 원년’이 되기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2.3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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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이다. 너무도 힘든 한해였고, 그 고통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도 의료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는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는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소중한 일상을 빼앗아 간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고, 인간의 활동이 우리의 아름다운 삶의 터전인 지구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도 깨닫게 해주었다. ‘코로나19의 역설’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코로나 이후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불황’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와 불황이 다가올 재앙에 비하면 오히려 가볍다는 말도 덧붙인다. ‘다가올 재앙’이란 ‘기후위기’를 뜻한다.

세계기상기구에서 이달 초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가 기상 관측사상 기온이 가장 높았던 3년 중 한해였다. 또한 2011~2020년은 기온이 가장 높은 연대였고, 올해 1~10월의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2±0.1℃나 높아졌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서 지적한 기온상승 제한치 1.5℃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의 빈도와 규모가 급증했고, 그 피해도 커졌다.

올해 초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따뜻한 겨울과 때 이른 폭염, 긴 장마와 연속적인 태풍이 있었고, 유럽의 폭염, 호주와 미국의 산불, 중국의 홍수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꼬리를 물었으며, 그 피해 역시 컸다. 많은 과학자들은 앞으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고 추진되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후변화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과거보다 훨씬 확대 되었다는 사실이다.

IPCC는 기온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시급히 줄일 필요가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평형을 이루는 상태인 Net-Zero(탄소중립)를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앞 다투어 선언하고 있다. 또 세계 주요 기업들은 기업 운영과 제품 생산을 위한 에너지 소비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하고 ‘RE100 캠페인’(=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자국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더 무겁게 부과하면서, 이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이는 결국 자국 기업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타국에서 수입되는 제품들에 대해,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 따라, ‘탄소국경세’ 또는 ‘탄소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제품생산 과정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목표연도까지 전량 재생에너지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기업들의 수는 2020년 12월 30일 기준으로 284개에 이른다. 이들 기업들은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중간재 공급 업체들에게도 제품을 재생에너지만으로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많은 투자기업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경영지표를 투자의 중요지표로 활용하면서 기업들의 탈(脫)탄소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문제가 더 이상 환경 분야의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분야의 문제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국가 간 경제활동을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을 겨냥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구조가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는 무역과 경제활동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매우 큰 위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큰 상황 속에서도 탄소중립 선언이 이루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울산을 바라본다. 울산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중화학공업과 제조업을 주력산업으로 두고 있는 산업도시다. 그리고 소비되는 에너지는 절대적으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변화된 구조와 울산의 산업특성을 살펴보면 우리 울산이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지금 당장 서두를 필요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더 늦기 전에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결국 위기에 쓸려가는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일까. 문득 “스스로 알을 깨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주면 계란프라이가 된다.”(J. 허슬러)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다가오는 새해가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환경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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