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지구 살리는 채식급식,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유기고]지구 살리는 채식급식,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2.2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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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아이들의 학교에서 집으로 채식급식을 희망하는지 여부를 묻는 설문지를 보냈다. 처음에는 ‘갑자기 웬 채식이지? 우리 아이는 고기 없으면 밥을 잘 못 먹는데…’하며 가볍게 넘겼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면서 집에서 강의를 듣는 기회가 많아졌다. 하루는 울산시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에서 마련한 ‘채식 평화연대’ 이영미 대표의 ‘노벨평화상보다 위대한 평화밥상 이야기’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고, 그러던 중 아이들의 학교에서 보낸 채식급식 설문지에 대한 안내문도 받게 되었다. (이영미 대표의 강의 내용은 육식을 위해 동물을 더 많이 키우면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땅이 메말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태환경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울산시교육청은 채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아이 지구사랑 학교급식’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첫째, 내년 3월부터 월 1회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둘째, ‘고기 없는 월요일’을 10월부터 격주로 운영하며 셋째, 학생의 ‘채식 선택급식제’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보통 응답이 필요하지 않은 안내문은 대충 읽고 바로 재활용 단계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강의를 듣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부터는 더 꼼꼼히 읽어보고 그린피스 보고서를 비롯한 관련정보도 자연스레 찾아보게 되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벌채의 80%는 육류생산 때문에 벌어지고, 가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된 지 오래다.

미국 하버드법학대학원의 동물법 및 정책 전문가인 헬렌 하워트(Helen Harwatt) 박사는 <기후정책>(2018년 12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메탄가스의 60%가 전세계 사육용 양과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는 모든 교통수단의 배출량보다 많은 양이며, 지난 20년간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85배나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음식 10가지로 양, 소, 치즈, 돼지, 연어, 칠면조, 닭, 참치, 계란, 감자를 지목했다. 또한 그 중에서 양고기 1kg은 이산화탄소 39kg을 배출하고, 이는 자동차를 144km 운전한 것과 같은 양이며, 소고기 1kg은 이산화탄소 27kg을 배출하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단기 전략으로는 첫째,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에너지 전환 둘째, 지속가능한 먹거리로의 전환이 손꼽힌다. 그러나 이 전략은 ‘에너지 전환’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먹거리 전환’은 세계에서도 유럽연합과 뉴욕시, 중국정부(2016년)에서 언급한 것이 전부일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먹거리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존할 뿐더러 육식이 온실가스 배출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먹거리를 육식에서 채식으로 전환할 때이고, 그만큼 홍보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개인의 자유의지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육식이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러므로 교육청은 기후위기의 극복과 채식급식의 시급성을 꾸준히 안내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급식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두 차례의 가정통신문 발송만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이 쉽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학교에서는 사안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가정통신문뿐만 아니라 안내문자도 지속적으로 보내 관심을 갖도록 계기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또한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포럼, 원탁토론, 학부모교육, 학생교육, 온라인교육 등 여러 채널의 정보공유 기회를 마련하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와 우리와 지구의 건강,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선택적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여러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개개인의 인식이 단체로, 지역으로, 국가로 번지고 세계적 노력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지구의 온도상승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고 지구를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울산시교육청이 채식 식단으로의 전환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움직임이 전국으로, 세계로 확산되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혜경 울산교육서포터즈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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