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의 절제된 순응
축제에의 절제된 순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4.14 2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날씨가 확 달라졌다. 겨우내 칙칙한 적갈색이던 나무들에서 생명이 숨쉬기 시작했고 거리의 벚꽃들도 만개의 절정에 다다른 모습이다.

주말이면 벚꽃놀이 인파가 몰리면서 자연과 계절이 주는 축복을 만끽하고 있다. 게다가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도 전에 부쩍 더워진 날씨는 성큼 다가온 여름을 느끼게 한다.

금융시장 분위기도 불과 며칠 사이에 확연히 달라졌다.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빠른 속도로 1300선까지 올라서고 있다.

이렇게 시장 분위기는 급속도로 좋아졌지만 가파른 상승속도 만큼이나 과열조짐도 만만치 않다. 시장이 저점대비 무려 350포인트나 상승했다면 시장의 과열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코스피지수의 이동평균선과 이격도가 과해진 부분이나 예탁금 회전율이 우리증시의 역사적 고점수준인 80%를 넘어가고 있다.

수금적인 측면에서도 다소 빡빡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투신권의 기존 펀드는 주식을 거의 다 채워놓은 상태이고 최근들의 우리시장의 고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던 연기금의 매도도 만만치 않다.

다만 외국인과 개인들의 매수가 이들의 매도에 대응하고 있지만 추세적인 흐름이라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시장이 단기적인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급상승 했는데 그렇다면 시장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오랜만에 주택판매가 증가했다는 낭보가 들어오고 있고 중국의 경우도 경기지표가 바닥권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도 경기선행지표가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고 한다.

거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이의 해결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금융부실 정리 작업)들이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구체화되면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부경기지표의 긍정적인 신호만 가지고 경기전반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고 미국 정부의 일련의 조치들에 대한 성공여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시장은 전반적인 상황의 긍정적인 부분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국면에서 시장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변수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실적들이라 볼 수 있다.

14일부터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 등의 실적이 발표되는데 이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인데, 어느 정도 예상되어 온 이들의 어닝서프라이즈가 시장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임팩트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금융주의 긍정적 실적발표가 시장에 재료노출로 볼 수도 있지만 현재 S&P500 지수에서 한때 22%를 차지했던 금융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3월초 9%를 밑돌 정도로 크게 축소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주가 어느정도 복원되는 흐름으로 진행될 경우 시장은 추가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단기과열에 대한 부담과 금융위기의 탈출기대감이 혼재하기 시작한 상황이기 때문에 적어도 현 국면에서의 시장대응은 무척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시장에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략도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요즘처럼 강하다면 애써 외면할 필요도 없다.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하고 또 적절히 타협하면서 시장의 축제에 순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 김기석 대우증권 울산지점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