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3주년 기획]블루오션 '데이터 산업’에 뛰어든 울산지역 스타트업
[창간13주년 기획]블루오션 '데이터 산업’에 뛰어든 울산지역 스타트업
  • 이상길
  • 승인 2020.11.1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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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산업에서 울산의 미래를 보다
(중)데이터 산업 시대를 준비하는 울산의 스타트업

수도권 중심의 대한민국 사회는 데이터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산업 역시 현재 경기도 성남시에 자리 잡은 ‘판교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급속도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수 천 개의 기업들이 판교에 모여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산업수도 울산이 조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판교와 비교해 수적으로 차이가 날 뿐이지 꽤 오래 전부터 울산에서도 데이터 산업이 블루오션이 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온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들이 제법 있다. 데이터 산업 분야에서 소위 잘 나가는 울산의 스타트업들을 만나봤다.

윤혜진 ‘유예지’ 대표
윤혜진 ‘유예지’ 대표

◇유예지(UYEG)

당신은 ‘예지보전(豫知保全)’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게 뭐냐면 기계의 이상을 그 상태감시에 의해 예지하고, 그 정보에 기인해서 행하는 보전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소리나 진동 등 기계의 제반 상태를 살펴 이상 작동이나 고장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컴퓨터 부팅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면 기계 이상을 의심해보는 것과 비슷하다. 또 사람으로 치면 평소 내던 목소리와 다르게 목이 잠겼을 땐 감기가 오고 있는 징조인 것과 같다.

사실 인간과 기계는 재질은 다르지만 ‘움직인다’는 면에서 같다. 인간은 활동을 하지만 기계는 작동을 한다. 또 사람의 건강에서 ‘혈액순환’이 중요하듯 기계에선 ‘전기순환’이 중요한데 유능한 한의사가 환자의 맥을 짚어 건강상태를 체크하듯이 기계에 흐르는 전기의 맥을 짚어 이상 작동이나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울산에 있다. 바로 울산시청 근처에 둥지를 튼 ‘유예지(UYEG)’라는 솔루션 업체다.

유예지 윤혜진 대표가 ‘전류예지보전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예지 윤혜진 대표가 ‘전류예지보전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류를 통한 예지보전은 세계최초인데 유예지를 이끌고 있는 윤혜진(44) 대표는 근본적으로 ‘기계도 인간과 같다’라는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CEO다. 실제로 세계최초의 전류예지보전솔루션에 대한 홍보를 한의학에 빗대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윤 대표는 대뜸 “살아 있는 우리의 몸에는 24시간 피가 흐르는데 동양의학에서는 피의 흐름만으로 수만 가지의 질병을 짚어냄으로써 그 사람에 맞는 최적의 예방을 했다”며 “이 같은 개념으로 우리 유예지는 모든 설비들의 상태를 전기의 흐름만으로 다양한 고장과 사고를 사전에 파악하고, 에너지 절감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표가 유예지를 세운 건 2016년. 원래는 일본 오사카 시청의 공무원이었는데 2009년 국제친환경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뒤 자신의 작품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울산의 ‘IT공간(대표 이영규)’이라는 솔루션 업체를 만나 본격적으로 IT업계로 뛰어들게 됐다. 그때가 대략 2013년이었는데 IT공간에 3년 정도 재직하면서 협업으로 세계최초의 전류예지보전솔루션을 만들어냈다. 특허획득만 해도 무려 135건에 이른다. IT공간은 2018년 제42회 국가생산성 대상 4차 산업혁명 선도기업으로 선정돼 국무총리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 IT공간에서 유예지가 분리된 뒤 윤 대표는 12명의 직원으로 3년 동안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윤 대표는 “IT공간에서 유예지까지 모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산업데이터’ 덕분이다. IT공간은 창립 이전에 큰 회사들의 사고를 예측하는 기계를 다루는 대리점을 했었는데 30년 넘게 쌓인 산업데이터들이 전류예지보전솔루션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유예지가 개발한 전류예지보전솔루션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최근에는 서울 지하철과 KTX 등에도 도입되는 등 갈수록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윤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울산 인터내셔널 디지털 센터’를 세우는 것. 이를 통해 전 세계 글로벌회사들의 데이터 연구기반들을 울산으로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윤 대표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60년이 넘게 산업데이터를 축척해온 곳은 전 세계에서 울산이 유일하다”며 “작금의 데이터 전쟁 시대, 울산으로서는 엄청난 자산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글로벌 회사 데이터 연구기반들을 울산으로 모셔 오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정완 ‘에이테크’ 대표
김정완 ‘에이테크’ 대표

◇에이테크(A-Tech)

유예지가 산업데이터 쪽이라면 에이테크는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다루는 곳이다. 그러니까 2017년 창업 후 통신사나 카드사로부터 구입한 원천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구나 교통분석을 비롯해 창·폐업 분석, 주차분석, 공동주택 분석, CCTV분석, 상권분석, 교통분석, 구급차 배치분석, 일자리분석 등을 해왔다.

대부분 공공기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어서 에이테크는 주로 울산시 등 공공기관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에이테크는 데이터 관리를 비롯해 가공, 전처리, 분석, 시각화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을 포함한 빅데이터 통합관리 분야에서 영남권 유일의 전문 기업이다. 실제로 울산시는 물론 부산과 대구, 경상도까지 복지정책을 위한 시민 유형 분석 등을 위해 에이테크에 의뢰를 하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독보적인 만큼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는데 창업 후 1년 뒤인 2018년 5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21억원이 예상된다.

중구 종가로에 위치한 에이테크 기술연구센터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중구 종가로에 위치한 에이테크 기술연구센터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더 놀라운 건 이런 에이테크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 30대의 청년이라는 것. 올해 37살의 김정완 대표는 독창적인 DB처리기술을 개발해 3년 전 울산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학창시절 눈높이 올림피아드 수학경시대회에서 2등을 차지할 정도로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김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뒤 대기업 유통회사에 잠시 취업했다가 데이터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그가 개발한 독창적인 DB처리기술은 속도에서 남달랐다. 보통은 수일에서 수십일 걸리는 1억 건의 데이터 처리를 그는 하루 만에 해낸다. 그런 실력 탓에 수도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수주를 따내왔다.

김 대표는 20명 남짓한 직원들을 이끄는 경영방식도 독특하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그날은 공교롭게도 분기에 한 번 정도 하는 ‘미니올림픽’이 열렸던 날. 이게 뭐냐면 직원 가운데 한 명이 TV 예능프로에서처럼 다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해 오면 출근하자마자 오후 2시까지 그 게임을 하게 되는데 직원들 간의 단합과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김 대표의 경영철학은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것’. 그래서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유독 관심이 많다. 실제로 지난 추석 땐 전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하기도 했고, 매주 금요일은 ‘홈런데이’라고 해서 오후 5시만 되면 무조건 퇴근해야 한다는 강제규정까지 만들었다.

김 대표는 “평소 사람이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며 “때문에 우리 회사의 사훈은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데이터 산업과 관련해서는 “이제 울산은 제조산업도시라기 보다는 디지털 데이터 산업도시”라며 “제조에서 중요한 건 기계를 다루는 기술이지만 데이터 산업에서는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제일 중요하다. 기록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기록하는 ‘목적’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데이터 산업 분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김지인 ‘팀솔루션’ 대표
김지인 ‘팀솔루션’ 대표

◇팀솔루션(Tim Solution)

독보적인 ‘디지털 트윈’ 기술로 울산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팀솔루션’의 리더인 김지인(40)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CEO다. 실제로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 대표는 대뜸 굴곡 많았던 자신의 인생스토리부터 풀어놨다.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모친이 일찍 세상을 뜨면서 아버지의 방황 속에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결국 수능을 코앞에 두고 대학진학을 포기하게 됐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4~5번의 잦은 전학 속에서도 전교회장을 거머쥐는 등 리더십만큼은 발군이었던 그는 대학진학 포기 후 잠시 했던 붕어빵 장사로 인해 인생의 항로가 결정된다. 40일 정도 일해 300만원이나 벌었던 것. 그 때 자신이 사업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후 서울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했었다. 그러다 울산 인근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서 갈비집을 차렸는데 대박을 이어가던 중 자신의 인생을 바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취미로 산악회를 만들었는데 회원수가 무려 2천명에 육박하게 됐고, 그 중에는 자신의 낭군도 있었던 것. 당시 조선업 협력업체를 다니던 이규홍(45)씨의 구애로 둘은 2013년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그런데 곧 바로 시련이 닥쳤다. 조선업 불황으로 생계가 불안해진 것. 이에 김 대표는 남편이 갖고 있는 남다른 재주를 활용해 사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오늘날 팀솔루션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트윈’의 기반이 됐다.

중구 종가로에 위치한 팀솔루션 임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중구 종가로에 위치한 팀솔루션 임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디지털 트윈이란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시험(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보는 기술을 말하는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팀솔루션의 기술력은 국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실제로 이 기술로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올해는 현대자동차 및 일본 미츠이 엔지니어링과도 계약 예정이고, 인터뷰를 한 날 새벽에는 화상회의를 통해 꿈에 그리던 미국 실리콘 밸리와도 협상을 진행했다. 세계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미항공우주국인 ‘NASA’까지 팀솔루션의 기술력에 관심을 보였던 것. 그 덕에 20여명의 직원으로 지난해 1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게 됐다. 또 기술력을 인정받아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도 13억원의 투자를 받게 됐다.

“2017년에 팀솔루션을 창업할 당시 스스로 약속한 게 있다. 팀솔루션을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진 유니콘으로 등극시키는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힌 김 대표는 데이터 산업 분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현장에서 고객에게 팔리는 기술을 개발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그는 한 마디 더 보탰는데 “나 같은 컴맹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만큼 희망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이상길/사진=장태준·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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