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검토해야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검토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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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초등학교는 한 반에 보통 65명 정도가 됐다. 학급수도 거의 10반 내외가 보통이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6학년으로 올라갈 때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학교가 새로 지어져 학년별로 두 반씩 옮겨왔다. 소위 분교가 된 것이다. 그래도 반별 학생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 당시 6학년 두 반 동기생들이 135명 정도 됐으니까 한 반에 65명이 넘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학교가 늘어나고 한 학급 내 학생수도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거의 24~26명 정도가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마저도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실 내 거리두기의 중요성이 커졌고 교육의 집중도 측면에서도 과밀학급 문제는 해소돼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사회상 중 하나다.

지난 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생들의 등교수업이 중단되면서 시행된 인터넷 비대면 수업에 따른 교육적 효과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초·중·고교 교사 4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육적 효과가 낮다(매우 낮다 32.0% + 낮다 51.0%)는 의견이 83.0%를 차지했다.

교사 10명 중 8명이 대면수업에 비해 원격수업의 교육적 효과가 낮다고 평가한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격수업을 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점으로는 ‘학습 격차 심화’(61.8%)를 꼽은 교사가 많았고 ‘피드백의 어려움’(53.6%)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학습 격차를 줄일 방안에 대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55.8%)과 ‘대면수업 확대’(48.5%)를 꼽은 교사들이 많았다.

방역이 가능한 학급당 학생수로는 ‘20명 이하’를 택한 교사가 97.2%였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 76.1%와 특수교사 89.5%는 ‘15명 이하’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결과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학급당 학생수 적정 수준을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지난달 23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교육감이 규칙으로 정하는 학급당 학생수 기준을 20명 이하로 법률에 명시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학생 수 감축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후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법제화 촉구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지난 27일 가진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 수준의 감염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의 미래(학생)는 학교에 등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의 교육 여건을 개선해 등교수업을 확대하는 근본적인 해결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며 “정부는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단계적 이행 계획을 마련하고 2021년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 OECD 가입국 중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 수치가 집계된 OECD 가입 30개국 가운데 2018년 기준으로 유럽연합(EU) 평균은 19.9명으로 OECD 평균 21.1명보다 낮고, 한국은 23.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순위는 23번째다. 중학교 역시 한국은 학급당 학생수가 26.7명으로 EU 평균(21.0명)과 OECD 평균(23.3명)보다 낮다. 울산지역 내 학급당 학생수 평균은 올해 기준으로 초등학교 24명, 중학교 26.4명, 고등학교 23.7명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미래세대가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해 교육계가 주장하는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법제화에 대해 적극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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