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히 대해주는 의사
편안히 대해주는 의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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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려면 우수한 두뇌를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와도 능숙하게 상담도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를 편안히 대해주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모든 의사가 그러한 능력의 소유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의과대학은 최고 레벨의 학력소지자가 들어가는 곳이기에 이미 대학입학 시험에서부터 증명되었다.

돈 많은 재벌이나 고관들이 병이 들면 진료는 쉽게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보통서민들의 경우는 그럴까? 소위 말하는 괜찮은 대학병원 또는 2차병원으로 특별진료를 받으러 갈 때 일어나는 일련의 수속절차는 고난의 시작이다. 예를 들면 진료의 분야와 상관없이 예약은 빨라야 보통 두세 달 후에나 잡힌다. 그럴 때 병든 환자의 마음은 위태위태할 정도로 질병의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그것도 예약된 진료당일 담당의사와 상담을 해보면 기껏 2,3분 만에 끝나버린다. 도무지 성의도 없고 허망하기 짝이 없다. 엑스레이, 엠알아이, 시티 등의 촬영한 영상이나 뇨, 혈액검사의 자료만을 판독하여 질병의 상태를 추적하기 때문인가? 게다가 의사가 환자를 응대하는 자세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는 고압적이고 노골적이어서 도로 병을 얻어 가는듯하여 허탈감에 빠져버린다.

의사란, 의학에 관한 지식을 많이 알고 있지만 의대에서 공통으로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심리상담도 분명 공부했을 테다.

어느 시골에 한 청년이 대청마루에서 낮잠을 자다 목구멍에 파리가 들어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까운 동네병원에 가 자초지종 설명해봤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탐탁스럽지 않게 대해주었다. 실망을 하고 나온 청년은 불안하여 다른 큰 병원으로 찾아가 고민을 상담했다. 역시 그만한 일은 죽을병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가벼이 말하는 것이다. 너무 걱정스러워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용한 병원을 찾았다. 그 병원의 의사는 내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 목구멍 분야를 전공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한다. 그것뿐만 아니라 유독 다른 의사와 달리 편안하게 대해주면서 안심시켜주었다. 아무 걱정 말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청년은 침대에 눈감고 누워 있었다. 그러는 사이 의사는 옆방에 가 파리 한 마리를 잡아 손에 숨기고 들어왔다. ‘자! 입을 크게 벌리고 있어요!’라고 하고 잠시 후 손에 쥐고 있던 파리를 얼른 보여줬다. ‘이봐! 목에 붙어있던 파리를 끄집어냈잖아!’. 답답했던 목구멍은 깨끗이 사라지고 청년은 환한 얼굴로 병원을 나섰다.

마음을 편히 대해주는 의사가 무엇보다 훌륭한 의사라는 것을 보여준 예다. 의학지식을 많이 쌓은 의사도 존경스럽지만 환자를 따뜻하게 상대해주고 편안하게 상담해주는 의사가 더할 나위 없는 참된 의사가 아닐까?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의 특징은 아마 이럴 것이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편하다면 상대가 나에게 보이지 않게 많은 것을 양보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든,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든, 누구든 같지 않을까? 정치가가 존재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을 풍요롭게 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고단한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하는 정치를 한다면 존재의 의미가 있을까? 예비신랑이 예비신부에 대하여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사람은 저를 믿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친구이며, 평생을 함께 잘 꾸려갈 수 있는 확신이 드는 친구라고.

지식이 많고 의술이 좋은 의사보다, 환자와 조화로이 카운슬링해주는 의사가 아쉬운 세상이다. 깊은 곤경에 빠져있는 ‘가여운’ 환자의 입장이 되어, 따뜻하고 편안히 대해주는 의사가 존경받았으면 한다.

김원호 울산대 명예교수 에세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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