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백로·떼까마귀
학·백로·떼까마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1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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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백로·떼까마귀 3종은 울산을 대표하는 새다. 학은 울산의 별호(別號) 학성(鶴城)의 바탕 새다. 백로는 울산이 친정인 여름철새다. 떼까마귀는 울산에서 겨울을 보내는 겨울철새다.

학은 예로부터 긍정적 표현에 자주 비유되는 새다. 트럼펫 같은 우렁찬 울음소리, 훤칠한 큰 키, 여유 있는 의젓한 걸음걸이, 구만리장천을 솟아오르는 큰 날갯짓, 삿된 것을 콕 찔러 물리칠 것 같은 길고 예리한 부리 등으로 이미지가 좋아 문학, 민속학 등에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검은 깃, 흰 깃, 붉은 정수리의 삼색이 뚜렷해 외식(外飾)이 단아하다. 또한, 검은색과 흰색의 섞임은 늙은 어머니의 센 머리카락을 연상시켜 자친학발(慈親鶴髮)로도 표현한다.

학은 역사적으로 울산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901년에 발생한 계변천신가학강림신두산(戒邊天神駕鶴降臨神頭山) 설화로부터 현재 지명으로 불리는 학산(鶴山), 회학(回鶴), 비학(飛鶴), 무학산(舞鶴山)에 이루기까지 모두가 학에서부터 출발한 것들이다. 물론 그 바탕은 지리적 습지환경 즉 태화강, 동천, 서천, 내황강, 외황강, 회야강 등지에서 비롯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울산과 학은 현대적 풍수로도 설명할 수 있다. 울산의 진산(鎭山) 함월산의 길게 드리워진 좌우 자락에 펼쳐져 형성된 울산혁신도시는 마치 학의 양 날개 같다. 학의 긴 목은 남(南)으로 맘껏 뻗었다. 그 기상은 동쪽의 마두(馬頭·힘찬 말)와 서쪽의 영취(靈鷲·신령스러운 독수리)와 함께 지속해서 태화(太和)로 번영할 울산의 기운인 셈이다. 학은 정수리에 꼭두서니 천(?)을 붙이고 있는 새다. 이를 두고 ‘습지의 신’, ‘천상의 새’ 등으로 부른다. 임진혁 울산연구원장은 ‘매일시론’ 왜 울산에 학이 필요한가?(2020.09.09.)에서 “학이 오기를 학수고대했더니 내년에는 울산에서 드디어 학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울산시에서는 울산대공원 동물원 내에 학 사육사를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학과 함께 비상하는 정원도시 울산을 기대해 본다.”라고 했다.

백로는 울산의 강하천(江河川)이 맑아진 이후 삼호대숲에 살림집을 차린, 울산이 친정인 여름철새다. 친정이라고 말한 것은 20년 전부터 삼호대숲에 보금자리를 틀고 번식하기 때문이다. 2020년, 삼호대숲에서 관찰·조사한 백로류(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7종)는 1월 100마리, 2월 97마리, 3월 259마리, 4월 1천4마리, 5월 2천113마리, 6월 4천163마리, 7월 6천997마리, 8월 5천873마리, 9월 1천427마리 등 월별 최대 마릿수를 기록했다. 백로류는 4월부터 마릿수가 점차 불어나 7월 중순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지난 18일(일) 관찰한 결과 오전 6시 18분경 날아가기 시작하여 30여 분이 지나자 모두 186마리가 먹이터로 날아갔다. 약 7천 마리까지 관찰됐던 백로류는 대부분 번식을 끝내고 동남아시아, 호주 등지의 월동장소를 찾아 떠났다. 아직 떠나지 않은 마리 수중 100마리 정도는 울산에서 겨울을 보낸다.

떼까마귀가 돌아왔다. 지난 15일(목) 오전 6시 15분경 4마리가 처음 관찰됐다. 선발대로 매년 10월 15일 전후로 관찰된다. 이 기간에는 시계 한번 보고, 하늘 한번 쳐다보기를 반복한다. 자칫 한눈팔다가는 관찰의 순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밝은 액정판에 잠시 눈이 부셨다.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그 찰나, 직감적으로 왼쪽으로 눈을 돌렸다. 중구 태화동 국가정원교에서 삼호교 방향으로 날아오는 네 개의 까만 점을 보았기 때문이다. 떼까마귀임을 직감했다. 망원경을 급히 들어 확인했다. 텃새인 큰부리까마귀와 다른 날갯짓에서 4마리의 떼까마귀를 확인했다. 그들은 고맙게도 관찰대를 통과해 송전탑 쪽으로 날아갔다. 4마리 중 한 마리가 반갑게도 울면서 지나갔다. 4마리는 송전선 맨 위 가공선에 잠시 앉아있다가 입화산 방향으로 다시 날아갔다. 짧은 시간에 두 장의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 기간에는 반갑게 맞이할 지인일지라도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만큼 1년의 관찰기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울산을 찾는 떼까마귀들은 10월말까지는 서서히 증가하다가 11월에 접어들면 증가속도가 빠르게 나타난다. 그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두 차례 빙빙 도는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 의식인 단체비행을 한다. 이를 생태학적으로는 ‘생존비상’이라 하지만, 문학적으로는 ‘떼까마귀의 군무’라 표현한다. 내년 4월말까지 180여일간 울산의 안정된 환경과 지성시민의 성숙된 공존인식 속에서 의식주를 해결할 것이다.

떼까마귀는 겨울철이면 지구 남쪽을 찾는다. 그러나 기온이 올라가면 추운 번식지인 북쪽 시베리아 초원 일대로 되돌아간다. 16일(금) 오전 6시 6분경 350여 마리, 17일(토) 오전 6시 9분경 180여 마리, 18일(일) 오전 5시 58분경 580여 마리가 관찰됐다. 떼까마귀는 20여 년 전부터 매년 울산을 찾지만 관점에 따라서 귀한 손님으로 맞이하는 긍정의 가치와 검은색 깃, 울음소리, 배설물 등 부정의 가치가 서로 공존하고 있다. 학은 도입(導入)될 것 같고, 백로는 떠나고, 떼까마귀는 왔다. 가고 옴이 어찌 터미널뿐이겠는가?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조류생태학 박사·철새홍보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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