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같이 발전하죠”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같이 발전하죠”
  • 김정주
  • 승인 2020.09.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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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울산지역본부장
김성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울산지역본부장.
김성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울산지역본부장.

 

‘현장경영 전도사’ 별명 지닌 ‘기업주치의’

그의 사전 맨 첫머리에는 언제나 ‘현장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사전내용을 풍부하게 채워준 것은 풍부한 ‘현장경험’. 중소기업진흥공단(KOSME, 전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입사 후 24년간 무려 2천500개 기업 현장을 쉼 없이 누볐다. 연간 100개사를 웃도는 숫자다. 두 권의 저서 중 한 권이 <‘현장경영’이 답이다(2017)>라는 제목을 달았을 정도로 그는 ‘현장경영의 전도사’로 통한다.

김성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울산지역본부장(55). 김 본부장의 집무실을 찾은 때는 9월 11일 오후. 이날 오전에도 그는 ‘코로나19 경영애로기업’의 하나인 S기업에서 현장지도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진단을 한 다음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죠.”

하반기 들어 그는 촘촘한 계획을 짰다. ‘현장 멘토링’ 계획이다. ‘코로나19 경영애로기업’ 4개사 외에 ‘예비유니콘기업’ 5개사를 따로 정했고, 4~6개월에 걸쳐 집중적으로 도와주기로 했다. 여기서도 김 본부장 특유의 원칙이 어김없이 적용된다. “찾아오겠다고 하셔도 저는 말립니다.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가리킨다. 유니콘(unicorn)은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이마에 뿔이 하나 달린 (전설 속의) 말’이란 뜻으로, 2013년 벤처 투자자 에일린 리(Aileen Lee)가 처음 사용했다.

“대기업 안주 벗어나 R&D·마케팅 치중해야”

울산 근무는 이번이 처음, 지난 1월 1일자로 부임했고, 9개월을 갓 넘겼다. 상반기까지는 7천200여곳을 헤아리는 울산지역 중소기업의 현황 파악에 힘을 쏟았다. 얻은 결론은 지역 중소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이고, 적지 않은 수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의 협력사들이어서 규모가 비교적 크다는 것.

단점도 금방 눈에 들어왔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서인지 그냥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요.” 혁신의 여지가 좁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강력히 권한다.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면서 연구개발(R&D)과 마케팅에 치중하고 전략, 비전, 목표를 세워 장기성장 로드맵도 작성하라고…. 원청회사를 향해서도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다른 이름은 ‘비즈니스 닥터(business doctor=기업주치의)’. 그렇게 불릴 만큼 기업 진단과 솔루션(해법) 방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몇 군데 기업군의 경영진단 결과 공통점이 금세 드러난다. 매출은 오르는데 수익성이 줄어서 골칫거리라는 것. 그때마다 건네는 조언이 있다. “자금운용과 업무추진을 제대로 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겠죠. 허점을 하나씩 줄여나가야 합니다.” 원인이 파악되면 ‘원가관리’에 목표를 두고 ‘예방관리’에 주력하라고 충고한다.

기업 대표에게 빠뜨리지 않는 말이 그밖에도 더 있다. ‘직원 복지’의 중요성이다. “사장님, 직원이 행복해야 합니다.” 입에 발린 수식어가 아니다. 중진공 24년 체험에서 우러난 정교한 경험칙이다. 이익이 생기면 직원들에게도 돌려줄 줄 알아야 회사도 직원도 함께 성장하고, 회사와 직원이 같이 잘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모두 경영자의 책임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자 신념이다.

김성희 본부장의 저서 '디톡스 경영' (왼쪽)과 ‘현장경영’이 답이다' (가운데). 맨 오른쪽은 현장 멘토링 강의교재인 '기업의 지속성장과 수익창출 전략'.
김성희 본부장의 저서 '디톡스 경영' (왼쪽)과 ‘현장경영’이 답이다' (가운데). 맨 오른쪽은 현장 멘토링 강의교재인 '기업의 지속성장과 수익창출 전략'.

 

1년에 50권 독서… 산책길 아이디어도 자산

알고 보면 그는 대단한 책벌레, 독서광이다. 1년에 독파하는 책이 적어도 50권에서 많게는 100권에 가까울 때도 있다. 연간 50권으로 쳐도 한 달에 4권이 넘는다니 실로 엄청난 독서량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도 원칙이 있다는 것.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서점에서 직접 구입합니다. 그래야 내 것이 되고, 메모를 하면서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아이디어를 책에서만 구하는 건 아니다. 산책 중에도 아이디어와의 씨름은 그치지 않는다. “퇴근할 때 남구 울산본부(롯데호텔 근처)에서 중진공 숙소가 있는 중구 우정동 아파트단지까지 걸어서 약 50분이 걸리죠. 그 사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제가 제 카톡에다 저장해 둔답니다.” 그렇게 얻은 아이디어들이 무의미하게 사장되는 일은 없다. 중소기업 현장진단 때에도 쓰일 강의교재 작성에 훌륭한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 <기업의 지속성장과 수익창출 전략>이란 교재도 그의 현장경험과 산책길 아이디어의 합작품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같은 그의 긍정적 생각과 열정, 그리고 도전정신은 어디서 비롯될까? 짐작컨대, ‘중진공 소속 비즈니스 닥터’라는 자부심에서 우러나는 것은 아닐까> 김 본부장이 힘주어 말한다. “제가 직원들에게 자주 강조하는 말이 있죠. 중진공 사람들의 존재이유에 대해서라 할까요? ‘자금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의 질적 성장을 지원하고 촉진하기 위해 내가 존재한다. 고로 기업분야의 최고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지난 8월 3일 (주)유시스 회의실에서 열린 ‘혁신성장기업 맞춤지원 프로그램 발대식’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유시스 직원들. 앞에서 둘째 줄 가운데 2인이 김성희 본부장(오른쪽)과 이일우 유시스 대표(왼쪽).
지난 8월 3일 (주)유시스 회의실에서 열린 ‘혁신성장기업 맞춤지원 프로그램 발대식’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유시스 직원들. 앞에서 둘째 줄 가운데 2인이 김성희 본부장(오른쪽)과 이일우 유시스 대표(왼쪽).

 

예비유니콘기업+경영애로기업 멘토링에 주력

최고전문가 경지를 넘어선 김 본부장의 곳간은 성공신화들로 가득하다. 일례를 소개했다. 2012년 서울 근무 당시 경기도 산업용무전기 생산업체가 연간 50억 매출을 올리면서도 2억 적자를 내는 것을 보고 현장진단 끝에 해법을 내놓았다. ‘불량을 안 잡으면 대출을 안 해 준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 원인은 ‘최초설계 잘못’으로 고장수리가 잦은 데 있었다. 이 업체는 이듬해 흑자로 돌아섰고, 지금은 연간 100억 매출에 순이익도 만만찮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요즘은 성공신화를 울산에서 쓰겠다는 생각으로 바쁘다. 5개 ‘예비유니콘기업’의 하나인 (주)유시스에는 벌써 네번(7.22~8.20)이나 현장진단을 나갔다. 관리자 대상 혁신마인드 교육에는 ‘기업의 지속성장과 수익창출 전략’을 주제로 한 그의 특강도 들어간다. 이 회사 이일우 대표는 천군만마를 만났다며 든든해 한다는 후문.

“5년 후 ‘일하기 좋은 회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그가 가려서 뽑은 9개 지역 중소기업(5개 예비유니콘기업+4개 코로나19 경영애로기업) 관계자들에게 틈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2021~2026 수익성 목표 5개년 계획’을 세우라, 도전적 혁신으로 수익률을 20%~30% 이상 높이라는 말도 빠뜨리는 일이 없다.

팀장회의 없애고 ‘서비스정신’ ‘낮은 자세’ 강조

“로열패밀리를 50개 남짓 만들어 모든 분야에서 모범이 되게 하겠다”는 포부의 김 본부장. 본부직원 22명에게 그는 ‘열린 마인드’로도 통한다. 매주 한차례 하던 팀장 회의를 부임 후 없앴다. 자료준비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업무처리 속도를 앞당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혁신적 조치의 초점은 모두 중진공 고객들에게 맞춰져 있다. ‘서비스 정신’, ‘낮은 자세’를 강조하는 것도 맥이 같다.

고향은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그러나 고등학교는 해운대 부산기계공고를 장학생으로 마쳤다(1981~1984). 다시 경남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1989~1993), 국방대 안보대학원은 지난해에 수료했다(2019.2~12). 2015년부터 2년간은 한양대 겸임교수직을 맡아 창업 관련 강의를 진행했다. 저서 2권 중 1권은 <벼랑 끝에 선 기업의 반전 드라마 - 디톡스 경영>(2013).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부인 강연옥 여사(52)와의 사이에 2녀를 두고 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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