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역사적 가치를 되찾자
울산의 역사적 가치를 되찾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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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울산에는 선사시대의 반구대암각화와 청동기시대의 검단리유적, 삼한시대 우시산국의 유적 등 역사유적들이 수두룩하다. 그 일부는 아직 땅속에 묻혀있거나 아니면 개발과 무관심으로 이미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울산에는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자료가 무수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 가치를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논리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왜 그럴까? 바로 이웃에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선사시대와 청동기시대, 삼한시대까지 포용하는 울산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오랜 동안 ‘산업도시’ 이미지에 머물러 있던 우리 울산은 최근 들어 ‘생태관광도시’의 의미에 주목하고 많은 계획을 준비하고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태화강국가정원 지정도 그런 움직임의 열매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사업들이 울산의 역사적 뿌리에 바탕을 두지 못한 가운데 진행되는 것 같아서 울산시의 추진 의지에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울산의 반구대암각화 얘가가 나올 때마다 관계자들은 포르투갈 코아의 암각화를 거론하곤 한다. 코아지역 주민과 정부는 경제적 가치가 1천700억원대로 추산되던 댐 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암각화 보존의 길을 택했다. 그 결과 지금은 연간 5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관광수입도 올려주는 세계적 관광지로서 자리를 굳혔다.

울산은 ‘성곽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성곽이 존재한다. 고대국가 우시산국의 요새라는 비옥산성, 언양의 천전리성. 무거의 문수산성. 웅촌의 우불산성, 호계의 신흥산성, 그리고 울산읍성과 병영성, 서생포왜성과 울산왜성(학성공원)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남아있는 성들은 무수하다. 이 성들의 시대별 특성에 이야깃거리(스토리)를 입힌다면 다양한 볼거리와 콘텐츠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한때 ‘동백의 고장’이었던 울산! 지금도 울산동백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동백섬 ‘춘도’는 지난 20년간 안식년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발길이 끊긴 마음의 고향,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엄청난 생물학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떼밀려 보존도 개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학의 고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울산! 자수정의 세계적 산지였던 언양! 그리고 무수한 공룡발자국들의 흔적! 이렇게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가 우리 울산에 있음에도 개발 논리에 밀린 이후 고유한 문화적 가치는 행정의 영역에서도 소외를 당해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단순히 문화재로 지정만 해두고 관리도 보존도 못할 처지라면 차라리 지역주민들의 재산권, 생활권, 추억권을 침해하지 말고 해제시켜 주민들의 품으로 돌려주거나 민간의 문화적 손길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관광은 영역을 나눌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12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가고, 삿포로의 눈축제, 리우의 카니발, 스페인의 토마토축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베네치아의 카니발까지, 모두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세계적인 축제들을 생각해보자.문화가 관광으로 탈바꿈하여 전 세계인이 함께 모여 축제를 즐기고 경험하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 가는 상상도 해보자.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면서 울산을 다시 찾게 될 수많은 관광객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울산의 문화, 생활, 자연, 음식, 역사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스토리 등 이 모든 것이 관광 자원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정책처럼 울산에 관광객 몇 명 유치하면 얼마 주고 하는 식의 1회성 관광정책은 더 이상 안 된다. 볼거리, 먹을거리, 찍을거리, 추억거리를 만들어 관광객 스스로가 입소문을 타고 제 발로 찾아오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울산시는 문화관광산업의 계획과 의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안식년이 끝나는 동백섬, 춘도섬의 개방과 보존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울산동백의 학술적 가치와 보존, 관리와 보급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안을 어떻게 세우고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아울러 세계 최초의 포경 유적이기도 한 반구대암각화를 지켜낼 어떠한 계획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모든 문화정책의 방향과 밑그림을 담게 될 울산도시기본계획과 이미 손질이 끝난 울산지역문화진흥 1차 시행계획을 토대로 2차 시행계획은 어떠한 목표와 중점계획을 가지고 세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제 산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로는 더 이상 울산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울산 문화에 대한 열린 인식의 바탕 위에 문화관광산업의 꽃이 활짝 만개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서휘웅 울산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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