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부품사 고통 생각해야 하는 이유
현대차 노사 부품사 고통 생각해야 하는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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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올 해는 마(魔)가 끼었나보다. 연초부터 터진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전국이 시름 속에서 상반기를 보냈고, 여름이 되니 전례 없는 긴 장마로 우울감을 더했다. 그 뿐인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두 차례의 태풍이 강타하면서 올 한해 울산은 정말이지 ‘악재의 끝판왕’을 맞보고 있다.

이처럼 계속되는 악재 속에서 가장 큰 생채기를 겪고 있는 건 아무래도 울산의 산업계. 특히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격은 지역 산업 현장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코로나19의 위세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국제통계사이트에 따르면 하루 신규 확진자는 31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누적사망자수도 92만 명에 달했다. 울산만 해도 그나마 상반기에는 지역 감염 ‘0’ 100일을 달성하는 등 방역우수도시로 부상했지만 광복절 이후 터진 전국적인 재확산의 덫에 걸려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관련해 본보에서는 얼마 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지역 산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부품협력사들을 찾았다. 영세한 그곳은 역시나 시름의 깊이가 달랐다. 올 상반기에는 그나마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텼지만 하반기 들어 다시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매출·영업이익은 추락하고 갚아야 할 빚은 늘면서 부품사들의 불안과 부담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차량 내장재를 생산하는 한 업체 대표는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임금 등 고정비용은 그대로 나가야 하다 보니 세금 체납은 물론 퇴직급 미적립에 사채까지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자동차 부품사는 매곡, 이화, 달천, 효문, 모듈화 일반산단 등 북구에 위치한 곳만 470여곳, 특히 이 중 중국, 인도, 유럽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코로나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으며 줄도산 위기에 놓이고 있다.

물론 정부와 현대차 원청이 나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2,3차 모든 업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미치긴 어려운 게 현실. 실제로 부품사의 위기가 확산되자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저신용 부품사 지원에 1천200억원을 출연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도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데다 이번 사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중소 규모의 부품사 구제조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부품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부품사들의 경우 자동차산업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뿌리산업임을 감안할 때 정교하게 만들어진 서플라이 체인이 무너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한번 와해된 시스템은 복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불가항력(不可抗力)’이란 게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힘이라는 뜻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그렇지 않겠는가. 늘 그래왔듯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하고, 작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모멘텀 역시 스스로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코로나19가 있기 전엔 불가항력이 아닌 노사대립 문제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던 적이 많았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불가항력에 맞서 이기려면 불가항력이 아닌 일에는 힘을 낭비하지 말아야 할 터. 부디 부품사들의 고통에도 ‘상상력’을 발휘해 조속한 타결로 노사가 함께 난국을 극복할 모멘텀을 만들어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또 그게 어쩌면 바이러스에 감염돼 지금 음압병실에 누운 울산경제를 일으켜 세울 더 큰 모멘텀을 만들어 낼지 누가 알겠는가.

이상길 취재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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