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의 침수 극복
태화강 국가정원의 침수 극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1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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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7일 오전 8시에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울산에 상륙하면서 우리나라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다. 나흘 앞선 9월 3일에 서해를 북상하면서 바람피해를 남긴 9호 태풍 마이삭과 달리 이 태풍은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쏟아놓았다. 우리 울산은 태화강 범람으로 둔치가 침수되는 등 각지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는데, 무엇보다 태화강국가정원이 또 다시 떠내려온 부유물로 덮이고 이곳의 명물인 오산대숲도 큰 피해를 입어 안타까움이 크다.

우리 중구의회에서도 중구청 공무원들과 함께 하이선 피해 복구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회기를 연기하면서 강변 둔치 청소에 나섰다. 더운 날씨 속에 모두 합심해서 복구에 땀을 쏟은 결과 조금씩 범람 이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강변을 바라보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침수피해를 극복할 길이 없을까’하고 생각해본 이가 하나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만큼 태화강변 둔치 침수는 울산지역이 가장 자주 겪는 자연재해이기 때문이다.

100여 년 전에 제작된 옛 지형도를 살펴보면 태화강변에는 제방이 없었다. 태화강제방 건설 이전에는 태풍이나 호우가 쏟아지면 강변 일대가 일시적으로 유수지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던 우리 선조들은 홍수선으로 짐작되는 해발 5m 정도의 레벨보다 낮은 곳에는 아예 인가나 마을을 만들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제방이 없어도 큰 비가 왔을 때 가옥침수나 인명피해는 상대적으로 덜 겪었다.

태화강변에 제방을 건설할 때 그 위치는 원래의 유수지 범위와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좁았다. 또 지금의 태화교와 학성교 사이에는 긴 섬도 있어서 제방 건설로 통수단면이 줄어들면서 비가 많이 올 때는 수위가 제방을 넘어설 뻔한 일도 여러 번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59년 추석날 아침에 불어닥친 태풍 ‘사라호’다. 구시가지 침수를 막기 위해 신정동 방면의 제방을 일부러 허물었다고 듣고 있다.

실은 일부러 제방을 허물어 물을 돌리지 않아도 달동과 삼산동 일대 저지대는 큰비만 오면 늘 침수피해를 입고 있었다. 삼산본동에 있던 삼산봉우리 외에는 모두 충적평야이기 때문에 빗물이 바다를 이룬 들판에서 몸을 피할 곳은 따로 없었다. 오래전 삼산동 중리마을 출신 할머니 한 분한테서 들은 얘기는, 비만 오면 마을이 잠기다 보니 집집마다 마당에 흙을 쌓아서 돈대(墩臺)를 만들어두었다고 했다. 상습침수지에 형성된 마을 주민들이 보여준 생활의 지혜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작년 7월 12일에 우리나라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다. 2010년 5월 27일에 시작된 지방정원 조성사업 착수 10년 만의 일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에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이 있었고, 2005년에는 태화강마스터플랜이 수립되었다. 2018년 3월 28일에는 지방정원으로 등록이 되었으니,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울산시민과 울산시 등 관계기관이 합심 노력한 결과 오늘의 태화강국가정원이 되었다.

그런데 태화강국가정원은 큰비만 오면 침수되는 강변 둔치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태화강국가정원 대숲이 아무리 훌륭하고, 떼까마귀와 백로가 철철이 찾아줄 만큼 건강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도 해마다 침수가 반복된다면 국가정원이나 공원으로 지속발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정 이후 울산시는 국가정원 조성과 관리를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용역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침수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래서 필자 나름의 국가정원 발전방안을 침수방지 측면에서 제안해 보고자 한다. 현재 지정된 국가정원 범위는 대체로 태화교~삼호교 사이다. 대부분 홍수 시 침수를 피하기 어려운 제방 내부다. 따라서 국가정원의 위치를 변경하지 않는 한 침수방지를 위한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즉, 삼산 중리마을처럼 돈대를 만들거나 태화강제방 건설 이전의 선조들처럼 주요 정원시설을 홍수선 위로 들어올려야 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적절하게 구사해서 정원을 가꾸어 나간다면 기존의 태화강 이미지에다 자연재해 극복이라는 가치를 더할 수 있다.

상상해 보라. 인공미가 가득한 공중정원과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둔치 레벨의 정원이라는 두 레이어가 살아있는 태화강국가정원 모습을.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의원, 생활환경학 학술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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