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합리화의 함정
자기합리화의 함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4.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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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주변 사람들에게서 담배를 끊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끊지 못한다.

사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끊지 않는 것이란 말이 맞다.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술을 끊으라고 하면 “마시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술자리가 빈번하여 지키기 힘들다”라며 핑계를 댄다.

필자도 자주 그러는 편이다. 흔히들 우리는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알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한다. 그러면서 여하튼 언젠가는 고칠 것이고 그것으로 내 인생이 그렇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위를 한다.

우리는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인의 충고를 귀 기울여 듣는 척 하지만 정작 실제 행동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것은 우리 마음에 ‘부인’과 ‘부정’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못 한다’라고만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러나 ‘남을 속이는 것보다 더 곤혹스러운 사실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일들 중에는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것들이 물론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를 할 때만은 자기 스스로에게 투명하고 솔직해야 한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서 조언을 듣고는 주식투자를 했다. 가치 우량주를 매수하여 처음에는 꽤 상승을 하여 짭짤한 수익을 보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락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자신이 매수한 가격대까지 하락하여 손실이 날 지경에 이른다.

바로 이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이 순간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지 말고 벌어진 현실 그대로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말 그 주식이 다시 상승할 수 있을지, 만일 더 하락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헛된 기대감으로 기다리기만 한다면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쉽다. 잘될 거라고 믿고 싶어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을 억누른다든지 엄연히 존재하는 손실 가능성을 부인하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미 심리적으로 그 투자는 실패한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근 시장이 급상승하면서 주식을 매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마음이 편안하지만 현금을 들고 하락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릴 수 있다. 경기가 이렇게 나쁘고 금융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데 왜 이리 주가가 올라가기만 할까. 시장이 틀렸다. 기다리면 곧 급락하게 될 것이고 그때 매수하면 되겠지 하면서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 경우에도 시장에서 일어나는 객관적인 현실을 자기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틀려 주기만을 기다리는 심리 역시 자기 스스로 합리화 시킨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다.

시장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나 탐욕은 자제력을 잃게 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모처럼 찾아온 수익기회를 잃게 하기도 한다. 시장에 대한 판단에 정답은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시장에 대응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합리화하려는 마음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부정하거나 부인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냉철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역사적으로도 그랬지만 시장은 항상 현명하다. 그리고 옳았다는 사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 김기석 대우증권 울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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