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와 인식 개선
디지털 성범죄와 인식 개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8.2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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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유인해서 성착취물 1천300여개를 만들어 퍼뜨린 디지털 성범죄자 배준환의 신상이 얼마 전에 공개된 바 있다. 배준환은 ‘n번방’ 사건과 ‘박사방’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성착취물 관련 범죄가 한창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을 때 범행을 집중적으로 저질렀고, 미성년 피해자가 44명이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악질적인 범죄자가 아닐 수 없다.

배준환이 저지른 사건은 다른 디지털 성범죄와 구분되는 점이 있다. 범죄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범죄를 부추겼다는 사실이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범행동기에 대해 “성욕을 해소할 목적도 있었지만, 성인사이트 게시물에 사람(소비자)들이 나를 떠받드는 내용의 댓글을 많이 올려 그만큼 희열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성착취물 영상을 ‘그냥 한번쯤 볼 수 있는 포르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과 소비자들의 빗나간 반응(댓글)이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경찰청은 지난 2일,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지 100일 만에 총 1천414명을 검거했고, 이들 가운데 666명을 기소했으며, 지금도 성착취물 운영자와 유포자에 대한 추적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울산지방경찰청과 4개 지역경찰서도 지난 6월 말까지로 잡았던 디지털 성범죄 특별단속기간을 연말까지로 연장하고, 집중단속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 가운데 10~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3%(1천33명)나 된다. 피해자 또한 10~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놀랍게도 친숙한 나이대의 젊은이들이 성착취물이 거래되는 온라인 공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을 나누어 맡고 있는 셈이다. 여간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달을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형식적인 성인지 교육에 그치지 말고 좀 더 체계적인 교육에 신경 쓸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성범죄 예방 교육도 피해자가 조심할 점을 알려주는 피해 예방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가해 예방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적비하발언이나 성착취물 게재 등 온라인상의 성범죄는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시킨다면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을 막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조윤성 울산남부경찰서 신정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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