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정상회담 - 양우석 감독, 대놓고 통일의지를 묻다
강철비2:정상회담 - 양우석 감독, 대놓고 통일의지를 묻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8.06 2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솔직히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2:정상회담>은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출세작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변호인> 이후 연출력이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지만 이번 작품은 제대로 어설프다.

사실 양우석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의심은 전작인 <강철비> 1편에서부터 시작됐다. 2013년 <변호인>을 통해 감동적인 연출로 천만 관객을 가뿐히 뛰어 넘었던 그가 후속작인 <강철비> 1편에서는 분위기를 흐리는 뜬금없는 유머코드로 헛발질을 해버렸더랬다. 그런데 이번 <강철비2:정상회담>에서는 그런 헛발질이 과할 정도로 심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정우성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유연석을 북한 최고위원장으로 캐스팅한 것부터 몰입을 방해하기 시작하더니 한국과 미국, 북한의 세 정상들이 핵잠수함에 갇히게 되는 장면에서부터는 평면적인 캐릭터와 뜬금없는 유머코드로 헛웃음만 계속 터져 나오더라. 아니 그 전까지도 사건의 흐름 자체가 매끄럽지 않았다. 쉽게 말해 개연성이 떨어진다. 아니 남북미 세 정상이 그렇게 쉽게 납치를 당하다니.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도 이 영화,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메시지만큼은 아주 분명하다. 또 정치성향도 확실하다. 까놓고 말해 데뷔작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그린 <변호인>인데다 <강철비>시리즈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혹은 중국보다 북한을 더 우호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양우석 감독은 분명 진보성향의 감독이고,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국익 중심의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결국 남는 건 동족 관계인 남과 북 밖에 없다고 말을 한다.

해서 영화는 “한반도는 이 지구상에 냉전 체제가 아직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감독의 메시지로부터 시작해 남북 분단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취하려는 미국과 일본, 중국 열강들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그 모습은 흡사 구한 말 열강들의 놀이터가 됐던 조선의 상황과 닮았다. 하지만 남과 북은 함께 힘을 합쳐 그들의 계략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를 정착하게 된다. 영화니까. 또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누가 뭐라 해도 남북관계의 본질은 적(敵)이 아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둘은 하나였기 때문. 따라서 둘은 적이 아니라 서로를 잠시 미워하고 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물론 그 미움도 체제 간의 미움일 뿐이다.

영화 속에서도 나오지만 1953년 7월 휴전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남과 북은 숱하게 전쟁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가끔은 이산가족 만남을 통해 서로를 향해 눈물을 흘렸었다. 또 2018년 그해 세 차례나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 간의 따뜻한 포옹과 미소가 줬던 ‘어벤져스’급 감동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그렇게 체제의 차가움 속에서도 사람은 여전히 따뜻하다. 체제와 무관하게 사람은 아직 따뜻하다면 과연 둘을 적으로 봐야 할까. ‘적’과 ‘미운 존재’는 엄연히 다르다. 적은 끝까지 하나가 되기 힘들지만 미움은 언젠가 사랑으로 다시 바뀔 수 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니까. 해서 통일은 대박이라기보다는 사랑이 아닐까.

올 초 케이블TV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가운데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작품이 있다. 그 드라마에서 남한의 재벌가 자제인 윤세리(손예진)는 취미 생활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그만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월북을 하게 된다. 거기서 그녀는 북한군 대위인 리정혁(현빈)을 만나게 되고, 그의 보호 속에서 무사히 남한으로 다시 내려오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둘은 이미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여행 도중 만난 사이였다는 것. 그러니까 둘은 오래 전부터 인연으로 묶여 있었고, 그건 남과 북도 원래 하나였다는 메시지로 확장이 된다. 실제로 100년 전만 해도 하나였으니까.

관련해 <강철비2:정상회담>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두 나라 정상인데도 남과 북 사이에서는 별도의 통역이 필요 없다는 것. 실제로 북한 핵잠수함의 좁은 방에 남북미 세 정상이 갇혔을 때 그건 남북 사이에서는 동질감으로, 남북과 미국 사이에서는 이질감으로 작용하게 된다. 심지어 감독은 유머코드로 그걸 활용해 집중 부각시키기까지 한다.

어차피 영화의 제작의도가 뻔히 드러나 버린 상황. 양우석 감독은 마지막 쿠키 영상을 통해 관객들을 향해 대놓고 이런 돌직구를 던진다.

남한의 대통령인 한경재(정우성)가 광화문 광장에서 연설을 하는데 그는 이렇게 묻는다. “국민여러분. 통일, 하실 겁니까?” 암요. 해야죠. 안 그래요?

2020년 7월 29일 개봉. 러닝타임 131분.

취재1부 이상길 차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