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유치원 황길현 원장 부부
하나유치원 황길현 원장 부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7.21 2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고하신 어머니로부터 좋은 일을 해도 자랑하지 말라고 귀에 딱지가 앉게 듣고 컸습니다. 자랑할 일이 결코 아닙니다.”

3층짜리 건물을 울산시교육청에 기부하겠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 협조 요청을 했더니 핸드폰 너머로 손사래 치는 모습이 눈에 선할 정도로 완강한 어조로 돌아온 답이다. 울산 동구 하나유치원 황길현 원장에 관한 이야기다. <본보 15일자 6면 보도>

첫 통화가 끊기고 나서도 약 3주간 문자로 취재방향을 설명했고, 때때로 전화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묵묵부답. 기사로 쓰고 싶었으나 주변 취재만으론 부족했다.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숱한 고민 끝에 주변 취재만으로 기사를 쓰려고 마음먹은 순간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기사화를 설득하려 했고, 황 원장은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많은 대화와 설득 끝에 기사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황길현 원장은 지난달 19일 울산시교육청을 찾았다. 접견실에서 노옥희 교육감을 만난 황 원장은 남편 이성수 이사장 소유 3층짜리 건물 1동을 시교육청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황길현 원장-이성수 이사장 부부의 뜻은 기부할 건물을 시교육청이 알아서 활용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동구지역 어린이를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에 사용했으면” 하는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부에는 어떤 조건도 붙지 않았고, 이 뜻은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자리에 배석했던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느낌을 말했다. 황 원장이 시교육청의 정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 노 교육감이 눈시울을 붉혔다고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황 원장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노 교육감이 지난 2년간 교육계와 스킨십을 하면서 울산교육의 미래비전을 보여줬다”면서 “특히 유치원 지원 부분에서 사립과 공립에 차등을 두지 않고 공평하게 처리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 건물은 황 원장 부부가 2011년 기부 목적으로 지었다. 부지 160㎡에 연면적이 283㎡인 3층 건물이다. 이 건물은 한동안 전체가 학원으로 임대가 됐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건물이 비게 돼 2022년쯤 기부하려던 계획이 2년이나 앞당겨졌던 것이다. 현재 건물가격은 7~8억 원으로 호가되고 있다.

주변 취재를 마치고 황 원장 부부를 만나고 나니 ‘세상이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존경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황 원장 부부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2~3건의 기부 활동이 나온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황 원장 부부는 ‘기부’를 생활 속에서 조용히 실천하고 있었다. 2000년도엔 아파트를 기부해 아동학대신고전화 1391을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립했다. 기관 설립조건에서 아동보호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파트’를 보호시설로 내놓았던 것이다.

황 원장 부부는 그 이후 아무 기부 활동도 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황 원장은 지난해 1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원 기부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 86호로 가입했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생활비와 장학금으로 사용하라며 5천만 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이 기부금은 시교육청의 추천을 받은 학생 1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기부 활동도 우연한 계기로 보도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황 원장 부부가 이름난 큰 부자도 아니다. 원생이 400명에 가까운 큰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유치원을 운영해서 번 돈으로 어려운 이웃이나 지역사회에 공리(公利)적으로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를 내놓고, 건물을 기부하고, 연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재화를 나눔에 있어서도 지닌 것의 일부가 아닌 최대의 것을 흔쾌히 내놓을 줄 안다. 평범한 우리 이웃이기에 더욱 존경심이 간다.

황 원장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대신 자랑해주고 싶었다. 각박하고 어려운 세상에 소식을 전해 ‘선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지난해 울산에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세운 ‘사랑의 온도탑’ 목표를 다 채우지 못했다. 올해엔 황 원장 부부의 선한 에너지가 기폭제가 되어 목표의 조기 달성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정인준 취재 1부 부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