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과 예방 -서울시장(葬)-
처벌과 예방 -서울시장(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7.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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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시장의 장례식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나는 한치 앞을 모르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한탄과 반성을 해 본다.

성(性)을 우리는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 없는 성을 성희롱, 성폭행, 성추행이라 부르고 성범죄자로 처벌한다.

대부분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서 “왜 그러냐?”며 핀잔을 주고 질책을 하면서 사과를 하고 마무리가 된다. 정도가 지나치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으면 형사고발을 한다.

그렇다 해도 성추행을 당하고도 고발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고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가족과 이웃, 개인적 체면과 명예를 위해 덮을 수도 있지만 성추행자가 고위직이거나, 고용주거나, 권력이 있거나, 명성이 있으면 고발할 수 없게 된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장례위원장인 백낙청 교수는 고인의 업적과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장례위원장인 이해찬 대표는 몇 십 년을 같이해온 동지이며, 서울시민과 어려운 국민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며, 앞으로 더 훌륭한 일을 해서 이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로 우리가 받들고 모시고자 했던 분이라며 애도의 의사를 마음껏 드러냈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이 사람을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했느냐? 누가 나라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국가를 위해 할 일이 많은 사람을 성추행으로 고발을 해서 죽게 만들었나? 참거나 참기 어려우면 차라리 당신이 죽지 왜 이 사람을 죽게 했느냐?”라는. 그래서 서울시장(葬)을 반대하는 50만의 목소리가 가슴에 와 닿았다.

이해찬 대표는 조문을 하고 나오는 자리에서 고소사건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애도기간에 그런 것도 질문이라고 하느냐며 욕설을 내뱉었다. 앞으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관료, 시민사회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저명인사가 성희롱, 성폭행, 성추행을 해도 함부로 고소, 고발 같은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범죄를 저지르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처벌을 받는다. 처벌은 두 개의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잘못된 행위에 대한 대가이다. 즉 아이가 잘못을 하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매를 맞거나 꾸중을 듣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예방이다. 본인이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있지만, 잠재적 범죄인에게 그런 나쁜 행동을 하면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고 평생을 불행하게 살 수 있으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형벌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고 박원순 시장은 죽음으로 처벌을 면했다. 그의 유서를 보면 “…가족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말미에 “모두 안녕”이라며 쿨하게 떠났다. 스스로 잘못을 받아들이고 자살이라는 처벌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극단적 선택이 아닌 오만한 반성이었다. 피해자에게 한마디 사과도 없는 오만한 반성, ‘누가 감히 나를 처벌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여성 인권을 위해 헌신한 고 박원순 시장이 지금도 살아 있다면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그동안의 위선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서울시장(葬)이라니…, 지금도 말 못하고 숨죽이고 있는 피해여성들에게 할 짓이냐? 그냥 조용히 화장해서 부친 산소 옆에 뿌려주지”라고.

주기룡 울산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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