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상북중 마을공동체 방과후학교 ‘生生배움터’
울산 상북중 마을공동체 방과후학교 ‘生生배움터’
  • 정인준
  • 승인 2020.06.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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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환갑 넘은 농부까지 재능기부마을 곳곳서 탭댄스·구슬공예 ·농사교실 등 22개 강좌교육청-지자체-학교-마을 협력 새 교육모델“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
울산 상북중학교가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학교 수업 모습.
울산 상북중학교가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학교 수업 모습.

 

화가(곽영화) 선생님으로부터 미술을, 시인(이소정) 선생님에게선 시어(詩語)를 배운다. 평생 목화와 작약을 키우신 동네 어르신은 목화심기부터 수확해 ‘푹신한’ 솜이 되기까지 과정을 가르친다. 어머니로부터 바느질을 배웠던 ‘솜씨 좋은’ 친구 어머니는 훌륭한 바느질 선생님다. 숲 해설, 탭 댄스, 아로마 테라피, 마을이야기 발굴 등도 한 강좌를 차지 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상북중학교(교장 이병환)가 지난 10일부터 시작한 방과후학교 모습이다. 상북중은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과 함께 방과후학교를 실험하고 있다. 학교가 주체가 된 기존 방과후학교의 틀을 깨고 마을공동체로 방과후학교 공간을 확장했다.

상북중이 하는 실험은 울산 최초라는 타이틀을 넘어 전국에서도 유사한 경우를 찾기 힘든 사례다.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교육을 위해 교육청, 지자체, 학교, 마을이 모두 협력하는 새로운 교육모델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혁신학교의 교육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22일 상북중 방과후학교에선 학생들이 탭댄스를 배우고, 생태텃밭에서 지난 봄에 심어뒀던 감자를 수확했다. 바느질 수업 교실에선 친구 어머니로부터 구슬공예를 배웠다. 탭댄스 교실에 참여한 한 학생은 “탭댄스를 쉽게 접할 수 없었는데 직접 배워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열심히 배워 학교축제 때 친구들 앞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북중 전교생은 82명이다. 이중 60여명이 방과후학교에 참여 하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포근포근 목화 교실 △논두렁 밭두렁 농사 교실 △기후환경 위기 어쩔거야 △화가와 함께 하는 미술 수업 △마을이야기 발굴단 △향기나는 아로마 교실 △몸살림 마음살림 △스토리텔링 작가반 △한 땀 한 땀 손바느질 △얘들아 숲으로 가자 등 22개 강좌로 구성됐다.

상북중의 방과후학교 실험은 지역내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상북초 학생들이 졸업후 상북중이나 경의고로 진학하지 않고 언양 이나 울산권으로 빠져 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이 탄생했다.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은 자체적인 모임 자치회다. 2018년 겨울쯤 마을 주민들이 학생들의 지역권 이탈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교육활동으로 대안을 모색 하자는 학부모들의 고민이 반영됐다. 이후 학부모들은 마을공동체 강사를 수소문 했다. 강사들은 대부분 생업을 오래했고 마을청년 예술가, 활동가들로부터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 정선모 대표는 “상북 지역의 아이들이 우리 마을을 사랑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마을교육공동체의 판을 벌였다”며 “방과후학교는 해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어려운 점도 많지만 학생들도 교사들도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상북중 이병환 교장은 “상북중의 방과후학교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삶의 지혜를 배우는 곳”이라며 “기타를 전공하는 스무살 대학생부터 환갑을 넘은 농부 어르신까지 모여 뜻을 모아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기며, 아이들이 배움과 성장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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