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하는 습관
절약하는 습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6.1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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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에게 집중력과 상상력을 길러주기 위해 미술학원에 보낸 적이 있다.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눈망울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면 긍정적 에너지를 받고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림을 아주 좋아하던 우리 막내의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막내는 크레파스로 밑그림에 색을 입힐 때 아주 연하게 색칠하는 습관이 있었다. 크레파스를 아끼기 위한 짓이 분명했다.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채색을 크레파스로 하게 하는 이유는 소근육(小筋肉)을 기르고 색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근육이 발달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글씨쓰기나 손으로 하는 활동에 도움이 되고 지능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미적 감각을 익히는 것도 미술교육에서는 중요한 발달과업이다. 그래서 그 막내에게 꼼꼼하게 진하게 채색해 보기를 권유했다. 그러나 막내는 크레파스를 다 쓰면 엄마가 안 사주겠다고 했다며 연하게 색칠하는 것을 고집했다. 다 쓰면 아빠가 새 크레파스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그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연하게 색칠을 했다.

어느 날 크레파스를 다 쓰지 않은 막내에게 새 크레파스를 선물했다. 그때부터 막내는 꼼꼼하고 진하게 색칠을 하기 시작했다. 막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양껏 색칠하며 그릴 수 있어서 나 역시 행복했다.

유아기일 때 마음껏 찢을 수 있는 것이 신문이라는 생각에 우리 아이들에게 신문지를 한 묶음 갖다 주고는 마음껏 찢도록 했다. 신문지를 찢는 모습을 보다가 불현듯 학창시절의 친구 생각이 났다. 종이접기를 가르쳐 준 뒤 색종이로 접어보라고 했는데 신문지를 잘라서 접던 그 친구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당시는 색종이와 크레파스를 절약하는 것이 교육적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다소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재료들을 엄청나게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색종이를 사주면 올바르게 쓰기보다 찢거나 구기기 일쑤였고, 크레파스나 색연필 같은 채색도구 역시 실제로 쓰기보다 곧잘 부수는 바람에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며 비슷한 상황을 겪어서 그런지 크레파스를 사주지 않겠다던 아이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채색이나 종이접기 등의 재료는 교육적으로 잘 사용해야 하지만 불필요한 낭비는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독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절약 교육을 시킨다. 아이가 3살이 되면 어른들은 경제 교육부터 시킨다. 쓰지 않는 물건은 팔고 필요한 물건은 중고로 사는 근검절약의 태도를 아이들에게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독일에는 우리나라보다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이 더 많이 형성되어 있고, 아이들은 이곳에 직접 참여해 체험을 쌓기도 한다.

이렇듯 경제 교육에 중점을 두는 독일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용돈 절약 습관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가르친다. 아이들은 이러한 체험과 습관을 통해 자신의 물건을 아껴 쓰는 습관이 저절로 몸에 붙는다. 독일 정부는 13세가 되면 법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허용한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고, 이들이 18세가 되면 경제적 자립도 가능해진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체로 아이들에게 풍요롭게 해주고 싶어 하고, 그러다 보니 소비나 생활 속 절약 정신이 독일만큼 강하지는 못하다. 하지만 물건과 소비, 그와 직결된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육은 유아기부터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독일을 본받을 만하다고 본다.

지구촌 일각에서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로 정해 지키고 있다. 이는 개인적 절약뿐만 아니라 환경적 문제와도 직결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아껴 쓰는 절약 교육의 필요성이 우리 울산의 교육 현장에서도 절실한 것이 아닐까?

이영철 울산시교육청 서포터즈기자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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