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부활의 희망 활활 타오르길
조선업 부활의 희망 활활 타오르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6.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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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는 1972년 3월 현대중공업이 터를 잡으면서 조선업 중심의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했다. 조선업은 산업구조상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대규모의 고용 창출로 동구의 경제를 이끌어 왔으며, 현대중공업 임직원뿐 아니라 1천800여 개의 사외협력회사가 막대한 고용효과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직계가족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에 달했고, 현대중공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 유통업, 금융업 등의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났다.

하지만 지난 2014~2015년 조선업의 수주절벽 사태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뒤 동구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동구 경제의 중심인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2014년 말 6만 9천여 명에서 2017년 말에는 절반 이하인 3만 2천여 명으로 줄었다. 조선사 빅3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였다. 그 결과 40여 년간 현대중공업과 함께한 동구의 경제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후 울산 동구는 경제 침체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버렸다. 힘겨운 삶은 계속 됐지만 터널의 끝을 알리는 빛이 보이지 않아 언제까지 어둠이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 2018년 7월 제7대 울산 동구의회가 시작했을 때 ‘힘들어서 죽겠다’는 주민들과 상인들의 하소연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올해 2월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4개월째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한숨 소리는 더 커졌다.

특히 올해 초에는 대형 조선사마저 수주난에 허덕이면서 조선업 위기설이 되살아났다. 확보한 물량이 길어야 2년 치에 불과한 상황이라 추가물량 확보가 저조할 경우 2015~2016년보다 더 심한 보릿고개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긴 어둠 끝에 환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일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와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를 체결한 것이다. QP가 오는 2027년까지 국내 조선 3사들의 LNG선 건조공간(슬롯) 상당부분을 확보해주는 내용이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잠정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프로젝트라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사업은 LNG선 발주가 100척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규모는 한화 약 23조 6천억 원 이상이다. 당장 올해 말부터 발주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최근 실적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국내 조선업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2000년대 초반의 조선업 ‘슈퍼 사이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카타르의 대규모 발주가 다른 주요 프로젝트 내 선사들의 투자를 자극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던 2000년대 초반에 이번 수주와 마찬가지로 카타르의 대규모 LNG운반선 발주가 있었다. 카타르는 2003년부터 초대형 LNG운반선 53척을 발주했는데 국내 조선 3사가 수주를 싹쓸이했고 이후 2008년까지 한국 조선업은 초호황을 누렸다.

반면 이번 수주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LNG에 너무 집중하면 건조 설비나 인프라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컨테이너·탱커선 등 다른 선종의 수요가 함께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 수주가 조선 3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연간 약 30%의 물량을 확보한 수준이라 추가수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야 조선 3사뿐 아니라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조선업이 부활했다고 말할 수 있는 때까지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카타르 수주가 가진 의미는 ‘희망’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조선업의 부활은 운명공동체처럼 흥망성쇠(興亡盛衰)를 함께한 울산 동구의 경제가 되살아나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하다. 이번 카타르 수주라는 희망의 불씨가 점점 커져 횃불로 다시 타오르는 날이 조속히 오길 기대한다.

정용욱 울산 동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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