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불법 주정차’가 사라지려면
-117- ‘불법 주정차’가 사라지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6.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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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자동차는 선택이 아닌 생활 그 자체일 정도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운전면허부터 딴다. 그만큼 운전면허 자격증이 가장 따기 쉽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의구심이 생긴다. 우리는 왜 “면허를 딴다”고 표현할까. 사과나 배 등의 과일을 따는 것처럼 운전면허 시험이 쉬워서일까. 그리고 면허시험 볼 때 얼마만큼 불법 주정차에 대해 상세히 교육받을까. 어릴 적부터 철저한 안전교육이 부족하여 지금도 크고 작은 인재사고를 경험하고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은 적어도 주차문화에 관해선 최일류 선진국이다. 얄미워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 처음 일본으로 여행 가면 깔끔한 거리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도로 위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나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좀처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는 너무 대비되는 모습인데 과연 일본에 불법 주정차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일본은 몇 십 년 전부터 운영된 차고지 증명제가 완벽하게 정착됐다. 일본에서는 적어도 아파트나 주택가에서 주차 관련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다.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선 본인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정확한 공간을 증명할 수 있어야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우리 현실에 적합한 차고지 증명제를 하루빨리 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둘째, 일본에서 처음 운전을 하게 되면 어느 곳을 가더라도 유료로 운영되는 주차장에 당황할 때가 있다. 공영주차장이나 무료주차장을 찾아다니거나 골목길 불법주차가 성행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의 주차문화는 기본적으로 “주차는 무료가 아닌 유료”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무료로 개방하는 주차장이 많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일본의 주차문화다.

셋째, 문화로 승화시킨 국민의식이다. 일본에서 불법 주정차를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시민의식도 크게 한 몫 한다. 남들에게 피해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불법 주정차나 민폐 주차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일부 비정상적인 운전자가 아니라면 찾아볼 수 없다.

넷째, 불법 주정차에 관한 법적 규제다. 일본은 불법 주정차에 대한 과태료가 한국보다 매우 세다. 국내는 승용차 기준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4만원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10만원에서 20만원 수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잠깐 불법 주정차를 해도 곧바로 단속된다. 일본은 벌점도 3점을 부여하는데 불법주차로 두 번 이상 걸리면 면허가 정지될 정도로 처벌이 강력하다. 우리나라도 법적 규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대중교통 문화다. 강력한 규제와 함께 자동차를 운영하려면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상 국민들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우리나라도 수도권은 비교적 대중교통 체계가 잘 되어 있지만, 지방은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일본의 대중교통 문화 역시 배울만하다.

오늘도 대한민국은 불법 주정차와 눈치전쟁 중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우선 시민의식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일본은 면허를 취득할 때부터 “불법 주정차를 하지 말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교육받고, 인식 자체도 “불법 주차하면 절대 안 된다”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강력한 법적 제재도 있으니 당연히 불법 주정차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불법 주정차에 대한 바른 사회인식조차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우리 현실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고쳐 나가자.

이동서 ㈜젬스 대표이사·(사)대한주차산업협회 울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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