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노옥희, 정치인 노옥희
교육감 노옥희, 정치인 노옥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6.0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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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장 노옥희입니다”로 시작하는 노옥희 교육감의 기자회견은 기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울산교육계의 수장으로서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신속한 대응과 대처로 코로나19 상황을 잘 관리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교육감이 노옥희 교육감일 것이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몇 가지 정책들은 울산지역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등교수업을 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또 긴 휴업기간에 따라 발생한 여러 사회적 문제점들에 대해선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를 취해 울산교육계 모두가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울산지역에선 한 명의 학생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휴업기간의 원활한 원격수업을 거쳐 등교수업에까지 이르렀다.

울산교육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교육계에 큰 진전을 이루게 할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교육복지와 학교수업방식에서 코로나19의 경험이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선견지명이 돋보인 전국 최초의 보건교사 전체학교 배치, 전국 최초의 ‘교육재난지원금’ 지급, 학교사회복지사들의 활약, 집단지성이 빛을 발한 초등 원격수업 학습지 발간은 전국 교육청이 울산을 따라하고 싶었던 정책들이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조기 집행과 소상인·급식농가 농산물 사주기는 교육감의 재량으로 했던 일들이다.

노 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됐다. 이후 지난 2년간 진보적 교육감으로 보수적 울산 교육계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왔다. 노 교육감은 수학교사, 울산시 교육위원, 전교조 지부장, 시민단체 대표 등의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준비된 교육감’이란 소릴 들었지만, 이전 정치인의 색채가 강해 호불호가 갈렸다.

호불호에 대한 것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 점이 아쉽다. 교육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정치인 노옥희란 정체성은 여전한 듯하다. 노옥희 교육감은 개인자격으로 여전히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 개인자격으로 또는 교육감 자격으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민감한 사안에 행동과 생각을 노출하기에 거침이 없다.

노 교육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월성원전에 건설되는 맥스터 반대 걷기 대회에 참가한 것을 알렸다. ‘핵쓰레기장 반대’라는 피켓을 든 사진을 포함해서다. 개인의 신념에 따라 참가한 대회였겠지만 결국 노 교육감이 참가한 것으로 메시지의 전달력은 상당했다. 개인자격의 정치인 노옥희는 현재 교육감 노옥희다. 따라서 노 교육감의 행보는 신중해야 한다. 행동 하나 단어 하나까지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입장문을 교육감 명의로 내고, 전교조 합법화를 지지했다. 대법원 공개변론에 대한 입장으로 ‘대법원이 판결한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기도 하다. 공개변론 후 늦어도 3~5개월 안에는 판가름이 날 사안에 대해 교육감이 입장을 표명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노옥희 교육감의 진가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드러났다. 위기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울산교육을 성큼 전진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쉬운 것은 교육감으로서의 좀 더 신중한 행보다. 또 편향 없는 합리적 의견이라면 모두 포용하는 교육감이 되길 바란다.

정인준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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