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대왕암공원둘레길 돌탑 '눈길'...“아무 욕심 없이 건강 기원하며 쌓은 돌탑”
울산 대왕암공원둘레길 돌탑 '눈길'...“아무 욕심 없이 건강 기원하며 쌓은 돌탑”
  • 김원경
  • 승인 2020.06.0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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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 강모씨 대왕암공원에 매료2주동안 갯바위에 돌탑 쌓기 열중둘레길 찾은 시민들 눈길도 사로잡아“인생 쌓아 올리듯 공들여 만드는 중때가 될 때까지 돌탑 쌓고 떠나겠다”
울산시 동구 대왕암공원둘레길 갯바위에 최근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려진 돌탑이 하나 둘 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1일 돌탑을 쌓고 있는 강원도민 강모씨. 	최지원 기자
울산시 동구 대왕암공원둘레길 갯바위에 최근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려진 돌탑이 하나 둘 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1일 돌탑을 쌓고 있는 강원도민 강모씨. 최지원 기자

 

“저걸 한 사람이 다 쌓았다고요? 바닷가에 세워진 돌탑은 처음 보는데 신기합니다.”

울산시 동구 대왕암공원둘레길 갯바위에 최근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려진 돌탑이 하나둘 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오전 9시 동구 슬도에서 대왕암공원오토캠핑장으로 향하는 대왕암공원둘레길. 도보로 5분, 300m정도 흙길을 걷다보면 크고 작은 돌탑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늘을 향해 길게 뻗어있는 이 돌탑은 1~2m 가량 높이의 15개들로 갯바위 위에 세워져있다. 바위 표면이 울퉁불퉁해 중심을 잡아 탑을 쌓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돌탑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최근 이 같은 돌탑이 매일 한 두개씩 늘자 지나던 시민들은 궁금증을 품기 시작했고, 어떤 이는 돌탑을 따라 돌을 쌓기도 했는데, 이 견고한 돌탑을 쌓은 사람은 전문가도 울산시민도 아닌 평범한 강원도민 강모(55)씨다.

평창군 진부면이 고향이라고 밝힌 그는 TV에서 본 울산의 대왕암공원 기암괴석과 슬도에 매료돼 지난달 중순 이곳을 찾았고, 바다에, 돌에 반해 2주째 돌탑을 쌓고 있다고 전했다.

강씨는 “코로나19로 일도 못하고 경기도 안 좋고 해서 전국일주 삼아 돌다가 우연히 TV에서 본 울산을 처음 찾았다”며 “아름다운 풍광에 멋진 자연석을 보니 돌탑을 쌓고 싶었고, 부·권력 아무 욕심 없이 오로지 건강만을 기원하며, 인생을 쌓아 올리듯 하나하나 정성들여 쌓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0여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돌을 쌓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루만에 쉽게 무너지기도 했지만 하루 몇 시간씩 10여년을 쌓다보니 이제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예술작품이 됐다. 이날도 대왕암둘레길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바빴고 그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동구주민 엄형태(52·여)씨는 “저렇게 정교한 돌탑을 한사람이 다 만들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저녁에는 돌탑이 바위 위에 사람이 서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정말 멋졌다. 바닷가 돌탑은 본적이 없는데, 대왕암공원이 소원돌탑 명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집안이 가족내력으로 대부분 단명했다’며 자신을 위한 돌탑을 쌓아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고, 마산 팔용산, 전북 진안군 마이산 등 전국의 돌탑 명소를 꾀고 있는 한 주민은 감사의 의미로 숙소제공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류종판(70)씨는 “돌 하나하나 쌓으면서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겠습니까? 신성한 돌탑을 울산에 멋지게 세워 준 감사의 뜻으로 주민들이 식사,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모두 마다했다”며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젊은 사람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12개의 돌로 쌓아올린 1개의 돌탑을 ‘인생 홀로서기’라고 표현한 강씨는 코로나의 빠른 종식과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탑을 쌓기 시작했고, 지금은 시민들이 그 탑을 보며 마음의 평온을 느끼고 있다.

언제까지 울산에서 돌탑을 쌓을 거냐는 질문에 그는 가수 박은경의 곡 ‘소풍 같은 인생’의 노랫말이 딱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라며, 때가 될 때까지 쌓고 가겠다고 전했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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