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통합형 범죄예방 모델이 필요한 때
코로나 이후 통합형 범죄예방 모델이 필요한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6.0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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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찰은 과학적 예방치안을 추진하고자 범죄데이터 분석에 GIS(=국가가 소유한 모든 자원 및 공간 정보를 컴퓨터로 관리하는 시스템) 기법을 도입하고 지자체 및 지역전문가와 소통을 통한 업무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범죄예방이란 접근하기도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광범위한 영역이다. 따라서 예방업무 담당자라면 현장이 공감하고 지역주민이 만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에 대한 부담감을 늘 가지고 있을 것이다.

2017년부터 범죄예방진단팀(CPO, Crime Prevention Officer)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예방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통합형 범죄예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지 않을 수 없다. 즉 앞으로의 범죄예방은 경찰, 지자체, 민간, 관련 전문가 등 지역주민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고 힘을 모아 실질적 예방효과를 이끌어내도록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범죄예방 정책이 상세하게 분석된 치안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립·시행되어야 한다. 범죄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도출하기 위해서는 △발생 위치·시간 △범행동기 △가·피해자 특성 등 구체적 범행데이터를 인구·사회·경제적 통계와 함께 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단순수치가 아닌 구체적 범죄발생 현황을 예방 목적으로 분석·공개하기는 어렵다. 또 우리나라는 발생한 범죄 사실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문화가 생소하다 보니 주민의 불안감을 높인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여론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사법기관에서 제공하는 치안자료는 법률상 가능한 통계수치 정도이고, 이를 연구·분석에 활용했던 관련전문가들은 더 상세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에 적극 공감할 것이다. 따라서 관련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범죄예방을 위한 분석과 정책수립에 구체적 범행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분석 결과를 용인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도 함께 형성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범죄예방에 대한 지역사회의 자발적 관심이다. 며칠 전 ‘원룸 현관 비번, 이대로 노출돼도 될까요?’ 제하의 KBS 뉴스를 접하고 필자는 언론이 국민에게 주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기사에는 택배회사와 원룸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범죄예방을 위해 공동출입문 비밀번호는 노출하지 않도록 주의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범죄예방의 영역은 광범위하다. 경찰은 원룸 비밀번호 노출에 따른 문제를 알리고자 택배회사에 협조공문을 보내고 건물주를 상대로 비밀번호를 지우라고 권유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지역사회 범죄예방은 경찰이 가지고 있는 취약요인을 전문가와 공유하여 해법을 찾고 지역사회에 알려 개개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치안전문가와 지역사회를 연결해주는 적극적인 매체가 된다면 더욱 효과적인 정보공유가 가능해지고 통합형 범죄예방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각자의 역할이 함께 논의되는 협업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지난 5월 21일 울산시청에서 ‘지역안전지수 개선대책 보고회’가 있었다. 울산경찰은 이날 기관 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단일화된 협업창구 마련’과 ‘관련 매뉴얼 제작’ 등 업무협력의 제도화를 제안했다. 즉 관련기관(부서)이 주민 불안에 관한 의견을 신속하게 공유하고 함께 논의해서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장기적 협업과정을 정착화하자는 의도에서였다.

결국, 통합형 범죄예방이란 상세한 치안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취약요인을 밝혀내고 이를 관계기관과 지역전문가가 함께 고민해서 적합한 예방대책을 수립한 다음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 모두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참여치안을 전개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범죄예방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담아내면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유연성이 요구되는 거대한 물결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은 112신고 GIS 분석으로 취약요인을 구체화하고 이를 반영한 예방활동을 울산시와 구·군 및 지역사회 전문가와 손잡고 사회통합형 범죄예방 모델에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긴 여정에 ‘범죄 불안감 없는 안전한 일상’이라는 모두의 바람이 조속히 실현될 수 있도록 뜻깊은 관심과 참여가 확대되었으면 한다.

박지숙 울산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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