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고 없는 안전한 울산 되려면
화학사고 없는 안전한 울산 되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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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타까운 누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인도 동부의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샤카파트남에 진출한 국내 A사 인디아 공장에서 발생했다. 유독가스가 유출돼 최소 12명이 숨지고 800여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사고로 공장 인근 3㎞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두통과 눈이 타는 듯한 고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인도 당국은 이 지역 주민 3천여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었다. 인도 방송은 의식을 잃고 길가에 누워 있는 주민 등을 비춰주며 “가스가 지역을 덮치자 주민들이 어둠 속에서 패닉에 빠졌다”고 전했다.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5월 7일 새벽 2시 30분경 공장 플랜트에서 스티렌 가스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스티렌은 폴리스티렌 등 화학제품 원료로 고농도 스티렌에 노출되면 신경계가 자극받아 호흡곤란, 어지럼증, 구역질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는 탱크 안 스티렌에 열이 가해져 자연적인 화학반응을 거친 뒤 가스로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누출사고가 모두 잠든 시간대에 발생하였기에 인근 주민들이 전혀 대피할 수 없어 피해가 더 커져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은 과년도 통계 기준으로 보면 연간 화학물질 유통량만 보더라도 전국의 30%인 1억3천100만 톤이며, 그중 유독물은 전국 유통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석화단지, 여천단지, 온산단지, 용연단지 등은 시내로부터 모두 10㎞ 내외의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시민들이 화학사고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구미 불화수소 사고가 발생한 후 2015년부터 환경부의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됐다. 이후 기업체의 장외영향평가서 및 위해관리계획서 기반의 안전 관련 설비투자와 사고 후 대응시스템이 표준화되었고, 점차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가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발돋움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화학사고는 확률의 문제로 아무리 노력한다 할지라도 그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그에 적합하고 효과적인 대응훈련을 수시로 실시해야 한다. 훈련이 형식적이어선 절대 안 된다. 실전에 가까운 실제적인 경험을 가져야만 사고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대응을 통하여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전 안전진단에서 미비한 사항이 나오면 정확한 결과를 발표하고 즉시 보완해야 한다. 절대 ‘쉬쉬’하거나 은폐하려 해선 안 된다.

지난해에 발생한 울산지역 염포부두 선박 화재사고에서 울산 소방공무원들의 뛰어난 활약으로 대형화재 사건을 훌륭히 진압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 최근 화학공장 누출 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특수화학구조대원들이 전국 최초로 훈련용 특수 구조물을 제작하여 사고 대응훈련을 실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유해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는 현장 적응력과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화학사고의 경우 발생원인은 여러 가지 혼재돼 있고, 누출 상태도 기체상, 액체상, 고체상 및 그중 둘 이상이 혼합된 형태의 누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그중 인명피해가 가장 큰 사고는 확산피해 범위가 가장 빠르고 넓은 기체상 중에서도 단연 독성가스 누출이다. 앞서 언급한 인도의 스티렌가스 누출 사건과 국내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구미의 불화수소 모두 가스상 물질이다. 과연 독성가스 누출에 대응할 장비가 울산에 제대로 구축돼 있는지 차제에 정밀 검토가 필요하다.

대형 화학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가스상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고 시나리오 개발과 적절한 대응장비 활용 및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울산에는 각종 대응장비를 갖추고 있는 국내 최초의 민간기업과 산업체 기술이 있다. 이들도 각각의 장점과 특성이 있으므로 서로 연계한다면 크게 도움이 되리라. 이참에 화학사고 시나리오 개발부터 대응까지 민관 합동으로 함께 준비하자. 그러면 더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한 울산으로 올라가는 디딤돌이라 확신한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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