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 아연 오인숙
치자꽃 / 아연 오인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28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한테는 신김치 냄새만 난다

한때는 치자 향이 났을까

꽃 보고 질투하는

내가 웃긴다

 

여름에 피는 꽃 중 향기가 진한 치자나무 꽃은 그 향이 너무 달콤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번 고개를 돌려 바라보게 하는 꽃입니다.

한여름에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하얗고 향기 있는 꽃을 피워 더욱 매력적인 꽃이죠.

작가는 자신의 몸에서 신김치 냄새만 난다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그녀도 한창 때는 치자 향보다 더 달콤한 향기가 났을 터인데 지금은 한 가정의 엄마로서 오래 묵은 김치처럼 저도 모르게 숙성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치자 향이 좋다고 당신에게서는 신김치 냄새만 난다고 농을 치면 왠지 서러워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지 않았을까요?

예쁘고 진한 향기를 내는 꽃에게 질투라도 할 때쯤 말하지 못하는 식물에게 응석부리는 자신이 웃겨 보였을 겁니다.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은 치자나무에 4가지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하얀 꽃이고, 둘째는 진한 향기이며, 셋째는 늘 푸른 잎이고, 넷째는 노란 열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특히 치자나무 꽃을 목련, 옥잠화와 함께 청초한 꽃으로 여겼습니다.

치자꽃은 하얀 꽃잎에 진한 향기를 내는 청초한 꽃입니다. 하지만 그 향이 아무리 진하고 달콤하여도 어머니라는 이름의 향기만큼은 진하지 않을 겁니다.

어머니 젖가슴에 코 박고 조용히 잠든 어린 아이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세상 그 어디에도 맡을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글=박동환 시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