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모죽에서 인고(忍苦)를 배우다
-116- 모죽에서 인고(忍苦)를 배우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2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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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죽(毛竹)이라는 대나무가 있다. 모죽은 씨를 뿌리고 몇 년 동안은 작은 순이 나오는 것 말고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5년이 지나면서 몇 십 센티씩 자라서 높이가 30m에 달한다. 큰 성장을 위해 땅속에서 사방으로 깊숙하게 뿌리를 뻗어 내실을 다지는 인고의 시간을 거친 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큰 성공을 위해서는 청사진을 잘 그려놓고 목전의 이득과 실패에 초조하지 말고 시련과 고통의 시간과 끈질김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원대기지(遠大期之)’란 글귀를 책상 앞에 걸어두고 인생 후반의 모토로 삼고 있다. 퇴직을 앞두고 인생 후반전에 마음에 담을 글귀를 찾고 있었다. 우연히 향토축제의 가훈을 써주는 행사장에서 광산(光山) 김장생공이 남긴 글 중에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어 받았다. ‘멀리 큰 꿈을 기약하고 살라’는 의미다. 힘들 때마다 쳐다본다. 회사를 설립한 지 3년에 접어든다. 자그마한 사무실에서 중요한 것이 직원관리이며 조직 구성원 간에 소통하는 일이다.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과 삶에 대한 가치가 다름을 인정한다.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바뀌고 다를지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만큼은 ‘동심동행(同心同行)’이라 하고 싶다.

최근 두 명의 직원이 퇴사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직원들이라 한 곳에 안주하지 말고 자기개발을 통해 먼 길을 가라고 권했기에 붙잡지는 않았다. 가족같이 생각하고 딸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3년 정도는 지켜보고자 했다. 하지만 3년을 기다릴 기회도 없이 그들이 떠나갔다. 회사는 직원의 역량과 조직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있는가를 지켜보고, 직원은 회사가 어떤 대우를 해 주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서로가 인고의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이별하게 된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본인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좋으련만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는 듯해서 뒷맛이 씁쓸하다.

각자 다르겠지만 원하는 수준을 충족해 주지 못하면 월급이 올랐다고 보지 않는다. 직원의 복지 문제를 고려하여 여러 가지 고민도 해 본다. 자의든 타의든 그들이 회사를 떠나면 후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출입신고는 시간을 다툰다. 물류비용은 물론이고 적기에 자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시가 급하다. 출근 후 커피 한잔 마실 여유도 없이 직원들은 바쁘다. 후임이 들어오더라도 적응시간이 최소 몇 달은 필요함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직원을 여유롭게 채용하자니 비용이 문제고, 비용을 생각하면 직원들이 고생한다. 훌륭한 직원을 붙잡기 위해서는 회사도 투자해야 한다. 신고서 처리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숙련의 문제이지 경력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단순 반복적인 신고서 처리 이외의 전문분야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오랜 경력에 대한 혜택은 중요하지 않다. 울산은 소득수준이 높기 때문에 젊은 직원을 구하기가 어렵다. 필자와 유사한 업종 수준을 보면 업무강도에 비해 근무환경이 나쁘지 않다.

인고의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터득한 후 지상에 나와 무럭무럭 성장하는 모죽 같은 인재로 구성된 회사는 커갈 수 있다. 울산의 관세사 업계도 위기의 순간이 닥쳐오고 있다. 변화 없이 새로운 결과만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고객은 질 좋은 서비스를 받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대형 관세법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이 열정과 애착심을 가지고 모죽처럼 인고의 시간을 지탱한다면 울산의 관세사 업계도 비전이 있다. 언젠가 그날이 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원대기지를 가슴 속에 되새겨본다.

김영균 관세법인 대원 대표관세사·前 울산세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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