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암각화 보존·맑은물 동시 해결 ‘표류’
울산, 암각화 보존·맑은물 동시 해결 ‘표류’
  • 이상길
  • 승인 2020.05.21 21: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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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편성 ‘사연댐 수문설치용역비’ 삭감 이어
‘낙동강 통합 물관리 용역’은 지자체 반대로 지연돼
市, 세계유산 등재 추진력 강화로 주도권 확보 모색
민선 7기 울산시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이전 집행부들과 달리 문화재청과 손을 잡고 ‘사연댐 수위조절을 통한 암각화 보존’과 ‘울산권 맑은 물 공급’ 문제의 동시 해결을 추진해왔지만 현재 둘 다 난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이제 남은 카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를 통해 표류 중인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정부와 다른 지자체를 상대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지만 사전절차인 우선등재목록 신청이 이미 두 차례 보류된 터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관련해 시는 최근 암각화 세계유산등재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장을 시장으로 교체를 추진 중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암각화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장, ‘시장’으로 교체 추진

울산시는 21일 ‘울산시 대곡천암각화군 세계유산 등재 지원 및 보존·관리에 관한 일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했다. 개정 조례안의 핵심은 시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를 위해 설립한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시장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위원 중 호선을 통해 선출했다. 아울러 추진위의 역할을 ‘지원’에서 ‘추진’으로 바꾸고, 위원회 구성도 기존에는 ‘30명 이내’이던 것을 ‘40명 이내’로 확대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조례안이 단순한 조직변경에 그치지 않는 건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울산시의 다급한 심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9월 문화재청 및 울주군과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지난해 4월 국무총리 주재로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상호협력 합의’ 이후 울산시와 문화재청, 울주군이 암각화 보존과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지속적인 업무 협의를 한 결과로 골자는 ‘사연댐 수위조절을 통한 암각화 보존’ 및 ‘울산권 맑은 물 공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세 기관이 힘을 합쳐 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 및 이를 위한 추진위도 함께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관련해 사연댐 수위조절을 통한 암각화보존을 위해서는 문화재청 주도로 ‘사연댐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고, 울산권에 맑은 물 공급을 위해서는 환경부 주도로 진행 중인 ‘낙동강 통합 물관리 용역’을 통해 그 결과를 지켜본 뒤 본격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용역 추진을 위해 문화재청이 편성한 용역비 2억원이 삭감되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또 후자의 경우 당초 지난 3월 말까지 용역을 완료하고 지난달에 발표가 이뤄지기로 돼 있었지만 울산에 물을 주는 권한을 쥔 구미시의 반대가 거세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4·15총선 기간 구미 지역 일부 예비후보는 해당 용역이 “구미시민의 희생을 발판삼아 ‘송철호 울산시장 살리기’ 연구용역”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 남은 카드는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뿐이다. 이전 집행부들의 경우 ‘선 물 문제 해결, 후 암각화 보존’ 기조를 계속 유지했다면 현 집행부 들어서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되 세계유산 등재라는 카드로 주도권을 쥐는 전략을 펼쳐왔다.

만약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지금처럼 두 가지 문제가 표류할 경우 정부 및 타 지자체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있어 힘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시는 아직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조례 변경을 통해 세계유산등재추진위에 힘을 싣고 있다.

◇시, 내달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재신청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은 두 차례 보류됐었다. 특히 지난 2월 두 번째 보류 당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반구대 일대를 아우르는 유산의 개념 도출과 탁월성 입증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보류됐다.

관련해 시는 그동안 보완 작업을 진행했고, 다음달 중으로 재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시는 울산박물관을 주축으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발굴해 왔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란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유네스코가 운영지침을 통해 정한 핵심요건이다.

아울러 시는 ‘대곡천 암각화군 역사관광자원화 사업 용역’도 진행했다. 사업비 1억6천500만 원을 들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5월 착수, 지난 3월 완료됐다.

용역 결과 대곡천 암각화 일원의 보전을 위한 학술 연구 용역이 요구되고 기존 박물관을 확장 이전해 반구대 세계유산센터(가칭) 건립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곡천 암각화군 종합정비계획으로 반구대 암각화 진입로 및 탐방로 정비(전선 지중화·수목 정비 등)와 대곡·한실마을 등 정비사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역사관광 콘텐츠 개발과 관련해 역사 탐방, 선사인 체험, 힐링스테이 등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 관계자는 “그 동안 보완작업을 철저히 진행해왔고, 다음 달 우선등재목록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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