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청소년은 다가오는 미래의 희망
-115- 청소년은 다가오는 미래의 희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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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명문 이튼스쿨의 운동장. 오전 정규수업을 마친 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학생들은 반바지를 입고 치열하게 축구경기에 몰입해 있다. 진흙탕에 굴러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도, 쌀쌀한 빗줄기를 맞은 등짝에 뜨거운 열기로 김이 무럭무럭 피어나도 학생들은 혼신을 다해 운동장을 누빈다. 이 학교 역사는 600년이다. 그동안 영국의 총리를 19명이나 배출했다. 이튼스쿨은 하루에 한 번 반드시 축구를 한다. 공휴일에는 두 번 한다. 축구를 통해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협동의 의미를 깨우치게 한다. 자신만을 아는 이기적인 인간상을 키우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다.

어느 해 이튼스쿨의 졸업식장에서 교장선생님이 한 말이 매우 인상 깊다. “우리 학교는 자신이 출세하거나 자신만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원하지 않습니다. 주변을 위하고 사회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선두에 설 줄 아는 사람을 원합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지표를 비교해보면 현격한 차이가 있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나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 집중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서글픈 현실을 겪으면서 이튼스쿨이 던지는 교훈은 큰 울림이 있다. 과연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 자란 학생들이 미래에 약자와 시민공동체, 국가를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인물로 커나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울산시가 유·청소년 체육활동에 지원하는 태도는 어떤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적인 예로 리틀야구에 갖는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을 보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지하기에 충분하다. 울산 관내에는 중구, 북구, 남구, 동구, 울주군에 5개 리틀야구단이 있다. 하지만 구단주가 관할 구청임에도 불구하고 리틀야구에 지원하는 예산은 전무하다. 게다가 중구는 다른 지역 대회에 출전할 때 해오던 관용버스 지원을 2019년에 슬그머니 중단해 버렸다. 전 지자체에서 제각기 이유를 들어 “리틀야구단이라는 특정단체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했고, 울주군의 경우는 “전국대회에 나갈 때”라는 조건을 달고 새울원전에서 버스를 지원하는 실정이다.

인근에 있는 기장군에서는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기장의 먹거리와 관광을 즐기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경주시는 매년 여름방학 때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해 관심을 높이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관광비수기에 전국단위 축구대회를 개최해 선수단과 학부모 및 응원단을 유치하는 경주시의 전략이 부럽다. 더군다나 경주시가 유·청소년 스포츠에 기울이는 관심은 어느 도시보다 맹렬하다. 작은 도시지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엘리트체육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울산시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유·청소년에게 공동체의식을 길러줄 사회체육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회체육을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즐기도록 배려해야 한다. 행정의 역할이 주민 모두가 골고루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울타리를 만들고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면 주민의 미래를 위한 투자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입시학원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학교 교실을 박차고 나와 운동장에서 혈기를 다스리고 건강한 육체를 기를 수 있는 기회조차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큰 잘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선점도 좋고 해상풍력 발전도 좋지만, 우리의 미래를 청소년에게 투자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현실이 다급하다 하더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미래에 대한 치밀한 준비다. 그 중심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초금향 떡만드는앙드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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